삼성SDI가 내년 헝가리에 전기차용 리튬이온 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한다.

 

중국 시안 공장이 채 안정화되기도 전에 새로운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배출 사태로 촉발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은 전기차 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하이브리드카·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FHEV) 출시 모델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배터리 수요도 그 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공격적인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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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튬이온 배터리 작동 원리 / 자료 : KIPOST



삼성전자 헝가리 TV 공장 개조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

 

삼성SDI는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에 중대형 리튬이온 전지 셀·모듈·팩 등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사업 전략·기획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인력들도 다수 차출해 타당성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헝가리 공장은 BMW·폴크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하이브리드카·PHEV용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시는 삼성전자가 지난 1989년 헝가리에 진출하면서 설립한 TV 생산 공장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TV 생산 공장 공간 일부를 개조해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장 부지 일부를 삼성전자로부터 장기 임차하거나 아예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기존 삼성전자 공장 건물뿐 아니라 설비와 인력을 상당 부분 활용해 중대형 배터리 공장을 조기 안착시킨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지난 2009년 중대형 리튬이온 전지 사업에 뛰어든 이후 빠른 속도로 공급처를 늘리고 있다. BMW와 전기차용 리튬이온 전지 10년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 인도 마힌드라, 미국 포드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헝가리에 중대형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보해 2017년까지 국내 울산-중국 시안-유럽 헝가리 3각 축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중국 시장 공장이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국내 울산공장과 헝가리 야스페니사루 공장이 25%씩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착공한 중국 시안 공장은 올 3분기 중 시험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약 4만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구축된다.

 

 

▲ 지난해 기준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점유율 현황 / 자료 :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지금도 생산라인 가동률 낮은데...공격적으로 생산능력 확대

 

현재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생산 설비 가동률은 70~80%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생산 라인 가동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은 그 만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중대형 리튬이온 전지 생산능력을 키우는 배경으로 중국 시장 성장과 테슬라 공급계약이 거론된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삼성SDI는 시안 공장에서 생산한 중대형 배터리를 중국 현지 업체에 대량 공급할 계획이다.


테슬라 ‘기가 팩토리’ 프로젝트에도 삼성SDI가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 그룹 부회장과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회동했을 때 구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 팩을 공급하는 업체는 파나소닉이다. 셀 기준으로 지난해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공급한 배터리 물량은 3억개가 넘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공급량이 70% 이상 늘어난 5억셀 이상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은 설비 증설로 테슬라 물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기업 특유의 느린 의사 결정 탓에 테슬라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테슬라는 2017년 기가 팩토리 공장이 본격화될 때까지 파나소닉 외 신규 공급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유력한 공급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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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투성이 중대형 리튬이온전지 사업,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바뀐다



시안 공장이 본격적으로 양산 체제에 돌입하면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매출은 올해 5000억원에서 내년 1조원으로 갑절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 상반기 삼성SDI 2차전지 사업 부문 영업적자 2065억원은 대부분이 중대형 배터리에서 비롯됐다. 생산 능력이 크지 않아 아직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탓이다. 신규 고객사 확보로 중대형 배터리 생산능력이 늘어남에 따라 실적도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SDI가 전기차·하이브리드카·PHEV 등 중대형 리튬이온 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하반기 울산 공장과 시안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연내 4.7GWh 수준으로 늘어나고, 울산-시안-헝가리 삼각 축이 완성될 2017년에는 8~10GWh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현재 5% 수준에서 2020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선두 업체 추격할 수 있는 기술 확보…셀, 모듈, 팩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완성

 

기존 중대형 배터리 업체들을 추격할 수 있는 핵심 기술도 확보했다. 삼성SDI는 기존 배터리 셀보다 에너지 밀도를 20~30% 가량 높인 고용량 제품을 개발했다. 배터리 팩의 중량과 부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행거리는 20~30% 늘릴 수 있는 셈이다. kWh당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삼성SDI는 2세대 각형 리튬이온 전지에 새로운 소재와 전력 제어 기술을 적용했다. 향후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구성을 바꿔 에너지 밀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전력 제어 등 배터리 팩 시스템 기술도 한 층 더 좋아졌다. 삼성SDI는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마그나의 배터리팩 부분을 인수하고, 시설 및 인력 등을 흡수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크게 셀, 모듈, 팩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삼성SDI는 셀과 모듈만 생산했다. 팩 기술이 더해지면서 배터리 사업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졌다.

 

향후 버스·트럭 등 대형차용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고밀도 배터리 팩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제조 부문에서는 고정비를 낮추기 위해 셀뿐 아니라 모듈 표준화를 진행 중이다. 종전에는 각 차종에 맞춰 셀·모듈·팩을 별도 개발해야 해 개발 및 제조 효율성이 떨어졌다. 규모의 경제 효과에다 생산 표준화 효과까지 더해지면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사업 경쟁력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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