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디젤차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자동차 시장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이를 대체할 하이브리드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부품 후방 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 사태, 무엇이 문제?


최근 세계 1위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디젤 엔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미국 당국에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환경청(EPA)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차량 소프트웨어(SW)로 시험 주행 중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테스트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다.


차량이 핸들 위치·차량 속도·기압 등을 감지해 시험 주행 상황임을 인식하는 원리다. 시험 주행 때는 질소화합물 배출량이 기준치 수준으로 발생하지만, 실제 주행 때는 10~40배 늘어난다.


세계 최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로 디젤 엔진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던 폴크스바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폴크스바겐 사태는 디젤 엔진차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BMW·마쓰다·메르세데스-벤츠· 포드의 디젤차도 배출가스를 조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리즈대학 교통연구소는 테스트 결과, 4개 업체의 신제품 디젤차가 EU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했다. 폴크스바겐과 마찬가지로 경사와 코너가 없는 실험실 테스트에서는 기준에 부합됐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배출가스가 기준치의 몇 배 수준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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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폭스바겐 제공



각국 디젤차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독일차 업체 직격탄


미국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도 디젤차 배기가스에 대한 검증이 잇따르고 있다. 향후 디젤차 배기가스 테스트는 기존 실내 전자 인증 대신 실제 주행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디젤 관련 환경규제와 절차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의 중심인 프랑스는 2020년까지 파리에서 디젤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디젤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원래 디젤은 가솔린 대비 연비가 좋지만, 미세먼지와 산화 질소 발생량이 많다. 반면 가솔린은 완전 연소에 가까워 미세먼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폴크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로 디젤이 가솔린 못지않은 깨끗한 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른바 ‘클린 디젤’ 시장을 창출해낸 셈이다.


그러나 이번 폴크스바겐 사태로 클린 디젤이 희대의 사기극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차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국가별 디젤차 점유율 비중



디젤차 쇠퇴...자동차 시장 판도 변화 촉발


독일차 업체들은 클린 디젤 분야에 R&D 투자를 집중해왔다. 디젤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독일차 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봤다.


그러나 배출 규제 강화로 디젤차 생산 원가가 높아져 가솔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등과 경쟁에서 뒤처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디젤 승용차의 70% 이상은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배기가스 규제 강화와 맞물려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유럽 내 디젤차 비중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간 디젤차 수요가 급증한 한국, 인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독일 디젤차 공세가 약화되면서 한숨 돌릴 여유를 찾았다. 한국 업체들은 독일 디젤차와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보다는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차세대 제품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카·수소연료전지차·전기차 등에서 독일차 업체 못지않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젤 수요 감소, 가솔린 수요 증가...석유·화학 시장에도 영향 불가피

디젤차 시장 충격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석유, 화학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디젤차 판매가 감소하면, 반대급부로 가솔린/나프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럽은 세계 가솔린/나프타 가격 안정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은 100만 BPD 가솔린을 수출하고, 50만 BPD 디젤을 수입했다.


1990년대 이후 유럽 내 디젤차 비중이 높아지면서 남는 나프타는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당장 디젤차 시장 축소는 가솔린차 시장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디젤차 연비를 감안하면 가솔린 수요는 디젤 수요 이상 수준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솔린이 디젤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등 차세대 제품이 얼마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디젤과 가솔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원유를 정제하면 비등점이 낮은 LPG, 가솔린, 디젤, 아스팔트, 코크스 등의 순으로 추출된다. 가솔린은 30~140도에서 증류되고, 디젤은 250~350도에서 증류된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인화점·발화점도 높다.


원유 정제 시 디젤이 9%, 가솔린이 21% 가량 나온다. 디젤과 가솔린의 원가 자체는 비슷하다. 국가별 정책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성분이 가솔린 생산에 유리하여 이전부터 반디젤, 친가솔린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셰일오일 생산 이후 친가솔린 노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환경을 이유로 반디젤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원유 자원이 빈약한 유럽은 디젤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디젤 가격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디젤차 비중이 점차 늘면서 수요 증가로 디젤 가격도 꾸준히 상승했다. 심지어 일본으로부터 디젤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디젤 가격은 가솔린의 8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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