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벤츠·아우디 등 독일 명품차에 한국산 내비게이션이 적용된다.
독일 자동차는 최고 수준의 전장 부품 기술을 채택하고 있지만, 내비게이션은 불편하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악명높다. 독일 자동차 기술과 한국 IT가 더해져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팅크웨어, 죽어가던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다
국내 솔루션 기업 팅크웨어는 주요 독일차 업체와 위치기반서비스(LBS) 기반 내비게이션 공급을 위한 계약을 진행 중이다.
현재 신제품 자동차를 타깃으로 개발에 돌입한 것을 감안하면 2017년에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팅크웨어는 원래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주로 생산해온 기업이다. 지난 2009년 2300억원 매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후 내비게이션 기능이 스마트폰으로 흡수되면서 하락세를 겪었다. 2010년 이후 팅크웨어 내비게이션 매출은 연평균 29.7% 급감했다.
하지만 전통 내비게이션에 부가 기능을 더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팅크웨어가 개발한 내비게이션은 △차선이탈 방지시스템 △앞차 출발 신호 △후방 주차 시스템 △신호바뀜 알람 등 최고급 차량 옵션으로 장착되는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지원한다.
3D 전자지도·항공 3D 지도 등 증강현실(AR)을 구현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을 보유한 덕분에 내비게이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 팅크웨어가 출시한 LBS 기반 내비게이션
고급형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사업 부진 충격을 상쇄하다
고급형 블랙박스는 급감하는 팅크웨어 내비게이션 사업 충격을 상쇄해준 효자 제품이다. 지난 2010년 이후 팅크웨어 내비게이션 매출은 연평균 30% 가량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블랙박스 매출은 연평균 70% 성장했다.
지난해 팅크웨어 블랙박스 매출은 722억원으로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들어 블랙박스 매출이 내비게이션 매출을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독일차 업체에 순정용 내비게이션을 공급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블랙박스는 당장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팅크웨어는 최근 벤츠에 정품 블랙박스를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북미 지역 대형 유통 업체 샘스클럽에도 입점함에 따라 향후 블랙박스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차 업체들은 향후 차량 디스플레이로 LCD 대신 홀로그램·디지털라이트프로세싱(DLP, Digital Light Processing) 등 헤드업디스플레이(HUD, Head up display)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HUD는 운전자가 보는 자동차 앞 유리에 방향표시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때 증강현실 기반 내비게이션을 쓸 수밖에 없다. 팅크웨어가 유례없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팅크웨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시장으로 역습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내비게이션 시장은 끝모를 추락을 겪었다. 팅크웨어도 스마트폰 탓에 지난 몇 년간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팅크웨어는 통신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하면서 역습을 노리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티맵(T-MAP)에 대응하기 위해 팅크웨어 LBS 기반 내비게이션 솔루션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제공하는 티맵은 휴대폰 사용자 분포도를 기반으로 교통 흐름을 잘 파악한다. 국내 휴대폰 사용자 중 절반이 SK텔레콤 가입자인 덕분이다.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이탈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티맵 때문이다.
팅크웨어가 KT와 LG유플러스에 내비게이션 솔루션을 제공하고 월 100원 수준의 로열티만 받아도 연 130억~140억원의 신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사용자 빅데이터·온라인투오프라인(O2O) 사업 확장은 향후 신성장 동력
KT와 LG유플러스에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 로열티 수익뿐 아니라 사용자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KT와 LG유플러스 내비게이션 사용자 정보는 빅데이터로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가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 앱 업체 김기사를 625억원에 인수한 것도 사용자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사물통신(IoT)·핀테크(Fintech) 등 신성장 산업이 커지면서 내비게이션 맵과 소프트웨어 가치가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얼마 전부터 KT가 대주주 유비벨록스로부터 팅크웨어 지분 인수를 시도 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제공하는 티맵의 밸류에이션이 8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팅크웨어 지분도 상당 부분 프리미엄을 얻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