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BMW 순수 전기차 ‘i3’용 배터리 충전 용량을 50% 늘린 제품에 대한 양산 테스트에 돌입했다. 내년 연말까지 배터리 용량을 최대 2배로 늘리기 위해 협력사와 소재∙부품 개발에 착수했다.


동일한 부피를 유지한 채 배터리 용량을 2배로 늘리면 자동차를 훨씬 더 먼 거리까지 운전할 수 있다. 충전 주기도 길어져 전기차 최대 단점인 충전에 따르는 번거로움도 줄여준다.



BMW i3 항속거리, 160km→240km


현재 BMW i3에는 삼성SDI가 개발한 60암페어(A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삼성SDI는 현재 이 배터리 용량을 94Ah로 늘린 모델을 월 1만~2만셀 가량 시범 양산 중이다. 이는 i3 100~200대 정도에 탑재할 수 있는 양으로, 본격 양산 전에 성능⋅수율 등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저장 용량이 60Ah에서 94Ah로 늘어나면 i3의 항속거리도 50%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i3는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약 160km 정도를 운행할 수 있는데, 배터리 용량이 늘면 240km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번에 삼성SDI가 개발한 배터리는 각 셀이 담기는 캔이나 전극 등 외부 디자인은 일절 바뀌지 않고, 내부 에너지 밀도만 늘린 게 특징이다. 완성차 디자인을 변경하지 않고도 항속거리를 늘릴 수 있어 양산 적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삼성SDI는 내년 연말까지 i3용 배터리 용량을 최대 120Ah까지 재차 늘리기로 하고, 협력사들과 개발을 논의 중이다.


▲BMW 순수 전기차 ‘i3’. 현재 60Ah인 배터리 저장 용량이 94Ah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BMW 홈페이지



NCM·LMO 양극활물질, 에너지밀도 높이기에 유리


삼성SDI가 같은 크기의 배터리 용량을 점차 늘릴 수 있는 것은 NCM(Li[Ni⋅Co⋅Mn]O₂)⋅LMO(LiMn₂O₄) 계열 양극활물질을 사용한 전략이 주효했다. 


2차전지 양극활물질은 리튬전지 소재 원가의 35%를 차지하는 핵심소재다. 금속염의 구성 성분에 따라 LCO, NCM, NCA, LMO, LFP 계열로 구분한다. 


LCO는 에너지용량과 수명특성이 양호하여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으나, 2007년부터 원가절감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NCM으로 대체되는 추세다. 


NCM과 NCA는 고가인 LCO의 코발트(Co) 성분 일부를 니켈 (Ni), 망간 (Mn) 및 알루미늄(Al)으로 대체한 삼원합금 물질이다. 


NCM은 IT용 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중대형 리튬전지에도 적용되고 있는 업계의 주력 양극활물질이다. 


LMO와 LFP는 경제성과 안전성이 우수하여 전기차용 리튬전지에 일부 적용 중이다. LMO는 LCO 대비 에너지 용량이 낮으므로 NCM과 일정한 비율로 혼합해 전동공구나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된다. 그러나 작동온도가 60℃ 이상으로 상승하면 전해액에 용해되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단점이다. 


중국 BYD가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LFP 계열은 원재료가 가장 저렴하고 안전성이 우수하나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 또 전기전도도를 개선하기 위해 분말 표면에 탄소층을 코팅하는 공정이 추가되므로 완제품의 판매가격은 NCA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일찌감치 NCM⋅LMO 계열 양극활물질을 채택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높은 에너지밀도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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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전지 양극활물질 종류 및 특징. /자료=KDB산업은행


충전용량 커지고, 충전주기 늘이고


전기차 배터리 충전 용량이 커지면, 한번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가 늘면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촉진할 전망이다.


현재 i3급의 전기차가 운행할 수 있는 최장 거리는 150km 전후로, 주로 도심 내 운행 용도로 쓰인다. 경쟁 모델인 미쓰비시 ‘아이미브(128km)’, 닛산 ‘리프(160km)’ 역시 항속거리가 길지 않다. 


최장 운행거리가 200km 이상으로 늘면 도시 근교까지 왕복할 수 있다. 삼성SDI 목표대로 내년 연말 배터리 용량을 120Ah까지 늘리면 최장 300km 이상을 운행할 수 있다. 그동안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이은 ‘세컨 카(Second car)’로 여겨져 왔지만 앞으로는 각 가정의 ‘퍼스트 카(First car)’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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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슬라가 생산한 전기차 ‘모델S’. 18650 전지 6800여개를 장착, 한번 충전으로 450km 정도를 운행한다. /자료=테슬라 홈페이지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모델S’와의 운행 거리 격차도 줄어들 전망이다. 모델S는 노트북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원통형(규격 18650) 배터리 6800여개를 직렬⋅병렬로 연결해 장착한다. 18650 배터리는 직경 18mm, 길이 650mm의 원통형 전지를 뜻한다.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면 디자인에 유리하고 생산원가도 저렴하지만, 수천개의 배터리를 하나로 관리하는 ‘BMS(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 기술이 있어야 한다. 테슬라는 전체 보유 특허 중 70%가 배터리 분야일 정도로 전력 관련 기술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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