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화합물 기반 반도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고온·고압에 강해 자동차에서는 실리콘(Si) 기반 전력반도체를 대체하고 있고 산업 설비에도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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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기차 경주대회 'FIA 포뮬러E 선수권 시즌4'에 출전한 벤츄리 포뮬러 E팀의 차량(사진)에는 로옴세미컨덕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 모듈이 탑재됐다.

 

와인드밴드갭(WBG) 소재, 실리콘카바이드(SiC)와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이전까지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는 일부 산업기기나 태양광 설비에 탑재됐다.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는 통상 실리콘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전기차(EV), 하이브리드카(HEV) 등 고전압의 전력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고압에도 견딜 수 있는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가 쓰이기 시작했다. 

 

 

▲실리콘(Si),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의 물성 차이.(자료=KIPOST 취합)
▲실리콘(Si),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의 물성 차이.(자료=KIPOST 취합)

실리콘카바이드(4H-SiC)와 갈륨나이트라이드는 ‘와이드밴드갭(WBG)’ 소재로 구분된다. 밴드갭은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대역 사이의 틈, 즉 전자가 에너지를 가질 수 없는 범위를 뜻한다. 

 

밴드갭이 좁을수록 전도성이 좋지만 반도체에 가하는 전압이 차츰 높아지면 어떤 값(절연파괴전계) 이상의 전압에서 전기저항이 급감해 갑자기 다량의 전류가 흐르는 절연파괴 현상이 일어나 반도체의 성질을 잃어버린다. 

실리콘카바이드(4H-SiC)와 갈륨나이트라이드의 밴드갭은 각각 3.2eV, 3.4eV로 실리콘 반도체의 밴드갭(1.1eV)보다 넓다. 절연파괴전계(MV/㎝) 값도 실리콘카바이드와 갈륨나이트라이드가 3.0Ec, 3.3Ec로 실리콘(0.3Ec)의 10배 이상이다. 칩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고온에서도 버틸 수 있다. 실리콘의 열전도율은 1.5W/cm·K지만 실리콘나이트라이드와 갈륨나이트라이드의 열전도율은는 각각 4.9W/cm·K, 2.1W/cm·K다. 열전도율이 높으면 소자 내에서 열이 잘 빠져 나가 냉각 효율이 좋다.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는 150℃ 이상에서 작동하지 않지만 실리콘카바이드 트랜지스터는 500~700℃, 갈륨나이트라이드 트랜지스터는 400℃까지 동작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 제품군 확대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전력 반도체는 제조 공법이 실리콘 반도체와 달라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하고 수율도 낮아 아직 보급화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설비로 검증된 제조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제조사도 늘었다. 이전에는 크리(Cree)가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를 독점 공급해왔지만 최근 다우코닝, 투식스(II-VI), 쇼와덴코 등도 양질의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다. 

업체들이 4인치 웨이퍼 설비를 6인치로 전환하고 생산 수율도 안정화되면서 소자 가격이 싸졌다. 지난 2012년 SiC 기반 MOSFET의 가격은 실리콘 MOSFET보다 10~15배 비쌌지만 현재는 그 차이가 4~5배로 줄었다.

실리콘카바이드 다이오드 가격도 실리콘 다이오드보다 평균 2배 비싸지만 냉각에 소모되는 전력량을 줄일 수 있어 전체 시스템 측면에서는 비용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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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리콘카바이드(SiC) 및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전력 반도체 모듈 및 소자 시장 전망./자료=IHS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전체 전계효과트랜지스터(MOSFET) 시장에서 실리콘카바이드 MOSFET의 매출액은 3%밖에 차지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4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DC·DC 컨버터(Converter)나 트랜잭션 인버터(Transaction inverter) 등 실리콘 기반 다이오드나 IGBT를 대체하는 실리콘카바이드 기반 MOSFET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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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기존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차량용 SiC MOSFET 제품군을 선보였다.(자료=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이 회사는 지난해 이탈리아 카탈리아 생산시설(팹) 내 4인치 SiC 웨이퍼 설비를 6인치 웨이퍼 설비로 전환해 올해 SiC 전력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기도 했다.

 

아날로그, 혼성신호 반도체, 고전압 반도체 전문 파운드리 업체인 유럽 X팹(X-fab)도 텍사스 제조 공장에 6인치 실리콘카바이드 라인을 더해 생산량을 웨이퍼 기준 월 3만장 이상으로 늘렸다. 향후 무선통신(RF) 시장을 고려해 갈륨나이트라이드온실리콘(GaN-on-SiC)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로옴세미컨덕터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제품군을 산업용에서 차량용으로 넓혔다. SiC MOSFET과 SiC 쇼트키배리어다이오드(SBD)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 담아 기존 인버터를 대신할 수 있는 ‘Full SiC 파워 모듈’과 온보드용 급속 충전 차저(OBC)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인피니언은 ‘CoolSiC’ 시리즈로 산업용 제품군부터 TV 등 컨슈머(consumer) 제품군까지 두루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컨슈머 제품군에서 주력 제품은 TV용 다이오드로, 방열체(heat sink)가 얇고 냉각 팬(colling fan)이 필요하지 않아 프리미엄 벽걸이 TV에 탑재된다. 

 

 

한국 업체들은 어디까지 왔나

 

 

아직 SiC 기반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없지만 아이에이의 계열사 트리노테크놀로지, 광전자그룹(AUK, 대표 박래원), 메이플세미컨덕터 출신 연구진들이 나와 설립한 파워테크닉스 등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등에서도 실리콘 전력 반도체 대신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를 탑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자율주행차, 산업용 에너지 설비 등이 보편화되면 전력 소모를 효율화하는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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