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 1위 업체 서플러스글로벌이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 이큐베스텍을 54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경기도 용인시에 부지 3만1204㎡ 규모 용지를 마련해 ‘중고장비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작년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행보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사전에 준비한 시나리오에 맞춰 큰 그림을 하나씩 짜맞춰 가는 인상을 준다. 


반도체 중고 장비는 IT 산업에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분야다.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신장비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고,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 받는 업체도 신장비 제조・판매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장비 사업의 현황과 전망, 서플러스글로벌이 조성하는 중고장비 클러스터의 목적, 회사의 장기 비전이 무엇인지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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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러스글로벌이 경기도 용인에 구축하는 클러스터 조감도. /서플러스글로벌 홈페이지


 

산업 패러다임 변화, 중고장비 시장 확대 이끌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지난해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가 494억달러(약 55조 8700억원)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돼 올해는 532억달러(약 60조17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대부분 신장비 판매에 집중 되지만 중고 장비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중고장비 시장은 유통, 부분품(파츠) 판매, 유지보수 및 개조(리퍼비시) 서비스로 나뉘는데, 3분야를 합해 전체 반도체 장비 산업 중 약 5%(약 25억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각 분야 시장 규모는 각각 1조원 정도다. 신장비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각 분야 점유율이나 주력 기술에 따라 고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산업이다.   


실제로 서플러스글로벌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9.6%, 올해 (한국투자증권 추청 기준) 19.9%로 업계 1위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높다. 국내 1위 장비 제조사 세메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5%, 일반 소비재 유통 글로벌 1위 업체 월마트의 영업이익률은 5%대다.  


무엇보다 반도체 업계 패러다임 변화가 중고 장비 산업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에 들어가는 다품종, 소량 생산 제품은 웨이퍼 한 장에서 많은 칩을 생산하는 300mm(12인치) 공정 대신 200mm(8인치) 공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공정 선폭도 0.11μm~ 0.18μm로 넓다.구형 팹 파운드리 수요가 늘면 중고장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중고장비로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신장비(OEM) 업체들이 300mm・초미세 신형 장비에 주력하고 있어 신장비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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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반도체 장비 수요. /세미코리서치


 이와 더불어 중국의 반도체 투자 붐은 중고장비 수요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SMIC, 넥스칩 등 파운드리 업체는 중국 내 다품종 반도체 생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8나노 이상 공정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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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별 팹 증가 추이. /SEMI


 장비 재활용 추세도 중고장비 시장 활성화에 한몫한다. 전세계 최대 반도체 투자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장비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시스템LSI, D램, 낸드플래시 팹은 상보형금속산화물(CMOS) 공정 기반으로, 장비 구성은 유사하지만 공정 선폭이 각기 다르다. 시스템LSI에 극자외선(EUV) 장비가 도입되면 기존 공정의 불화아르곤(ArF) 액침(이머전) 포토스캐너(노광 장비)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에 투입할 수 있다. 18나노 양산을 시작한 D램과 달리 3D낸드플래시는 30~40나노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형 D램 장비를 3D낸드플래시 라인으로 옮겨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각 기술에 맞는 개조 작업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 역시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개시하면서 장비 재활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예 재활용을 감안해 하이브리드 장비를 도입하기도 한다. 일부 라인에는 화학기상증착(PECVD)과 원자층증착(ALD)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장비를 전환 사용하려면 파츠를 교체하고, 리퍼비시 서비스를 수행하는 인력과 협력업체가 필요하다.   



3각 축으로 업사이클링 시장 주도


서플러스글로벌이 다년간 중고장비 유통 업계 1위를 고수한 비결은 전세계 영업망을 통해 장비 판매・구매 현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이다. 경쟁사보다 5% 싸게 구입해 5%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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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러스글로벌 실적 추이. /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 취합. KIPOST

 

이같은 정보력과 영업력을 활용해 유통에 치중했던 사업을 파츠 판매와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유통은 더욱 강화한다. 클러스터에 중소 중고장비 유통 업체들을 입점시켜 공동 창고 운영, 유통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중고 장비를 고객사 요구사항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기 위한 서비스와 파츠 공급도 동시에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큐베스텍도 장비에서 쓰임새가 많은 플라즈마 솔루션 기술 업체다. 외형 확대 전략에 따른 추가 M&A도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서플러스글로벌의 유통망과 이큐베스텍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유통 분야 전세계 점유율이 약 20% 정도인데, 파츠 분야도 그 정도 수준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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