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개발 초기 단계라는 뇌신경모방(뉴로모픽, neuromorphic) 소자를 국내 중견기업이 세계 첫 양산한다는 발표가 지난 주 나왔다.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네패스가 자사가 개발한 소자를 하반기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기업도 어렵다는 기술을 중견기업이 어떻게 양산까지 했을까. 그 이유와 제품의 용도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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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모픽 소자 이미지. /SK하이닉스 블로그

 

 

'뉴로모픽' 소자란

 

인간의 뇌 신경 세포는 연산 기능과 데이터 저장 기능이 각 신경세포(뉴런)로 분산돼 있다. 각 뉴런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10Hz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약 1000억개 신경세포(뉴런)는 신호를 다른 뉴런으로 보내는 통로인 시냅스로 서로 연결돼 순차 연산과 병렬연산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실시간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 덕분에 다양한 연산을 한꺼번에 처리해 작업 속도가 빠르고,  반복 작업을 최소화 해 전력 소모량이 적다. 

 

또 스스로 학습 능력이 있다. 인식한 신호를 프로세싱 한 다음 저장하고, 저장된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꺼내 쓰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오류를 수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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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프로세서와 뉴로모픽 소자의 사물인식 방법. /GV 

 

 

기존 컴퓨터가 뇌와 다른 점은 병렬 연산 능력이 떨어지고(작업 속도가 느리고), 스스로 학습 능력이 없고, 중앙처리장치(CPU)와 병렬연산이 가능한 그래픽 프로세서(GPU)가 각자 기능을 수행하고, 따로 분리된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점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반복작업 때문에 느리고, 데이터 저장 공간의 부피는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각 프로세서와 메모리간 통신망인 버스(Bus)는 데이터 양이 증가하면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뉴로모픽 소자는 컴퓨터에 뇌의 처리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뉴런’으로 불리는 셀에 프로세싱 기능과 메모리 기능을 통합하고, 각 셀은 가장 효율적인 알고리즘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자체적으로 오류를 보정하는 학습 기능을 갖는다. 

 

 

네패스 'NM500', 셀당 메모리 집적

 

뉴로모픽의 궁극적인 목표 대신 칩의 구조 측면에서만 본다면 네패스가 출시한 'NM500'은 뉴로모픽 소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CPU, GPU, 메모리가 복잡한 버스로 얽히지 않고 각 셀별로 메모리와 신호처리 기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기능을 구현하는데 독자적인 역할을 하거나 스스로 학습하는 수준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산을 시작했을 때 수율이나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이다.  

 

다만 기존 마이크로컨트롤러(MCU)나 시스템온칩(SoC)에 부가적으로 사용했을 때 효율을 높이고 저장공간을 확대하는 데는 기여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가 축적될 때 응답속도 저하 없이 칩에 칩을 하나 얹어 간단하게 메모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패키지 전문 업체로서의 강점을 발휘한 것인데, 각 소자를 서로 끼워 쓸 수 있게 만들어 100만 뉴런 또는 그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 때 셀(뉴런)은 100만개까지 늘어도 응답속도는 일정하게 유지한다.  네패스는 실제 양산시 모든 셀의 응답 속도를 2.5마이크로초(μs)로 균일하게 맞추는 게 목표다. 

 

칩 내부를 보면 독립된 셀(뉴런) 576개로 구성됐다. 각 뉴런은 메모리를 256바이트(byte) 씩 포함하고 있다. 576개의 셀은 3개 영역으로 나뉘어 역할을 수행하는데, 비젼 학습, 오디오 학습, 모터의 액츄에이터 학습(저장)을 담당한다. 

 

칩 하나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36MHz고, 소자를 여러 개 연결하면 25MHz로 감소한다. 칩 하나가 구동할 때 사용하는 전력 사용량은 0.3와트(W), 100만 뉴런이 결합했을 때는 521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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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패스 뉴로모픽 칩 'NM500' 기술 정리. /네패스
 

 

 

실제로 사용할 때는 별도 SoC와 센서가 부착된 보드가 있어야 하고, 데이터를 읽어들여 이 칩으로 보내주는 ‘날리지 빌더(Knowledgy Builder)’ 소프트웨어(SW)가 필요하다. 

 

사실 이같은 뉴런 기반 소자는 인텔이 구현한 바 있다. 인텔 ‘큐리(Curie)’는 각각 128byte 메모리를 포함한 128개 뉴런 소자를 썼다. MCU 기반 SoC와 6축 센서 등을 패키지 하나로 통합해 독자 사용이 가능하다. 

 


반도체 설계 사업 도전

 

네패스의 뉴로모픽 소자 개발은 반도체 설계 사업에 대한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4, 2015년 내리 당기 순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4년 3288억원, 2015년 2792, 지난해 2545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기술은 웨이퍼레벨패키지(WLP), 패널레벨패키지(PLP) 등 첨단 패키지다. 꾸준하게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지만 글로벌 위주후공정(OSAT) 업체들이 주로 포진한 시장에서 경쟁이 만만치 않다.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터치스크린패널(TSP) 사업은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반도체 재료 등을 판매하는 네패스신소재도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반도체 사업 중 투자비와 개발 여건을 고려해 설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출발은 뉴로모픽 소자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미국 GV와 기술 제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SoC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뉴로모픽 칩 개발에 연구개발(R&D) 인력 약 30명이 투입됐다”며 “올해 말 100만개 뉴런 칩을 손바닥 크기 정도로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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