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kipost.net)]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정반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유사하지만 향후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다. 삼성의 목적이 순수(pure) 파운드리로 신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이라면 SK하이닉스는 사업 구조조정 목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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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차별화된' 순수(pure) 파운드리로


삼성전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모델을 벤치마킹해 지난 2015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후방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하나텍을 비롯한 디자인하우스 역할을 대폭 늘리고, 200mm 웨이퍼 팹은 국내 설계자산(IP) 업체들을 끌어들여 IP 라이브러리를 추가했다.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은 각 기능을 담당하는 블럭들을 조합해 시스템온칩(SoC)을 설계하는데, 한 기업이 모든 기능을 일일이 개발하는 건 비효율적이라 IP 업체들과 라이선스를 맺고 각 블럭을 구현한다. IP는 공정에도 이식(포팅) 돼 있어야 제조가 가능한데 삼성은 다양한 IP를 확보했다. 예를 들면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ARM뿐만 아니라 국내  ‘EISC’코어까지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고객사에 제품 설계까지 지원하며 경쟁 파운드리 업체와 차별화 했다. SoC개발실에 있던 박재홍 전무가 디자인서비스팀을 신설, 반도체 설계 능력이 없는 완제품 제조사에도 턴키 방식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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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현황. /삼성전자 홈페이지 제공

 


이같은 전략은 삼성이 팹과 설계 인프라를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상보성금속산화물(CMOS)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10나노미터(nm)에서 1.8마이크로미터(μ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폭(노드)을 사용하는 제품의 설계 기술과 공장(팹)이 이미 내부에 갖춰져 있다. 


이달 초에는 SoC 개발을 포함한 설계 영역과 파운드리를 분리해 팹리스 업계의 기술 유출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10나노대 미세공정은 TSMC와 1・2위 다툼을 위해 연간 수조원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전 세계에 팹이 4곳 밖에 없어 수익성도 높다”며 “감가상각이 거의 끝나 채산성이 좋은 28나노 공정도 풀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200mm 파운드리 호황까지 이어지고 있어 사업부 출범 직후에도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적자 사업 구조조정 후 매각 시나리오


SK하이닉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가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분사하는 이유는 적자를 내는 200mm 팹을 정리하는 차원이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독자 생존을 할 수도 있지만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은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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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 제1공장

 


이번에 분사하는 청주 ‘M8’라인은 200mm 웨이퍼 월 8만장 내외를 생산한다. 90nm ~ 1.8μm 공정이고 주요 생산 품목은 디스플레이용 타이밍컨트롤러(T-con, 티콘), DDI, CIS, PMIC다.


SK하이닉스가 아날로그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을 생산하는 BCD(Bipolar・CMOS・DMOS) 공정은 비교적 최근에 투자해 생산성이 높은 고급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추가 투자 없이는 생산 품목 다변화가 어려운데다 티콘과 DDI는 미세공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두 제품의 가장 큰 수요처인 LG디스플레이가 OLED TV에 주력하고 있는데, OLED TV용 DDI는 구동이 복잡해 현재 생산되는 칩이 50나노대까지 미세화 됐다. 티콘 역시 28나노 제품까지 개발을 시작했다. 


중국 파운드리 업계의 물량 공세까지 겹쳤다. SMIC는 올해에만 4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과 달리 자사 제품이 다양하지 않은 SK하이닉스로서는 계속 팹을 갖고 있는 게 부담이다. 


CIS는 소니와 삼성전자가 300mm 비중을 높이면서 200mm 팹 생산 제품 가격 경쟁력이 뚝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팹을 개조해 제조할 수 있는 CIS 부문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남겨 자체 300mm 팹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4년 비메모리사업부를 매그나칩으로 분사한 뒤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다 지난 2007년부터 200mm 팹을 활용해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시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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