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코어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 90%를 장악한 ARM 종속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대체 코어프로세서에 공세적인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개방형 프로세서인 '리스크 파이브(RISC-V)'를 활용,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 인공지능(AI)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대체 프로세서 아키텍처를 내재화 하는 한편 관련 업체에 지분을 투자해 설계자산(IP)과 특허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photo
▲RISC-V 코어프로세서 연합 플래티넘 참여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RISC-V 아키텍처 개발 업체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물망에 오른 회사는 블루스펙(Bluspec)이다. 


RISC-V는 UC버클리가 내놓은 저전력 코어 프로세서로, 기본 구조가 공개된 오픈소스 형태다. 마이크로컨트롤러(MCU)부터 스마트폰, 서버까지 넓은 범위의 중앙처리장치(CPU)에 적용될 수 있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어떤 업체라도 가져가서 자체 아키텍처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기술지원이나 검증이 안 되고 보안 기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 약점을 파고든 기업들이 여럿 생기고 있는데, 블루스펙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RISC-V를 기반으로 코어 프로세서를 제작해 반도체 개발사에 공급한다. 이 회사가 출시한 '피콜로(piccolo)' 코어는 ARM코어와 달리 무료로 제공된다. 수익은 코어를 검증하고, 다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맞춤형으로 변형하면서 얻는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이 코어 개발팀을 운영 하고 있지만 주변 IP를 모두 개발할 수 없고, 향후 오픈 코어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융합 시대, 반도체 개발도 오픈형으로


그동안 CPU 분야에 오픈 코어 프로세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등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쓸 수 있는 프로세서는 있었다. 다만 고성능, 저전력, 보안성을 모두 갖춘 제품을 내놔야 하는 기업들이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RISC-V는 ARM처럼 명령어 수를 줄인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ing) 구조이지만 ARM의 한계로 지적되던 부동소수점 처리 등이 가능하고, 라이선스 비용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코어 자체 성능이 좋을뿐만 아니라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구글, HP엔터프라이즈(HPE), IBM, 오라클 등 IDC 관련 업체들이 주요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과 중국 바이두가 이 코어 기반 서버용 반도체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RM코어 기반 AP를 개발한 퀄컴과 엔비디아도 일찌감치 RISC-V 기반 아키텍처 개발을 하고 있다. 


블루스펙 같은 코어IP 개발사를 비롯, 지원 업체도 탄탄하다. 마이크로세미가 출시한 RISC-V기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로 개발한 회로는 베이샌드(BAYSAND) 같은 업체가 맞춤형반도체(ASIC)로 변환해준다. 체코 업체 코다십(Codasip)은 코어 IP와 아키텍처 기술, 검증⋅수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울트라SoC는 실제 반도체 회로로 구현하기 위한 각종 모니터링, 분석 서비스를 하고 있다.

 

 

photo
▲SiFive가 출시한 첫 RISC-V 기반 마이크로컨트롤러(MCU).

 


CPU 업계가 빠른 속도로 오픈형 생태계로 전환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PC⋅스마트폰 등 일부 기기에만 쓰이던 AP가 자동차, 건설, 패션 등 전 산업으로 퍼지고 있고 각 업종의 특성이 달라 개별 기업이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PC의 인텔, 스마트폰의 ARM처럼 독점 시장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ADAS) 등 이제 개화하는 시장에서 먼저 주도권을 잡으려는 노림수도 있다. 오픈 운영체제(OS)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우분투 등 다양한 OS가 등장한 것처럼 오픈 코어인 RISC-V를 기반으로 다양한 코어 아키텍처가 등장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