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공급 확대와 글로벌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우리 IT 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일본・대만 4개국은 새로운 치킨 게임을 예고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각국, 각 기업간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난 6일 대만 타이난 남동쪽 31km 부근에서 진도 6.7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타이난은 LCD 팹뿐 아니라 TSMC와 UMC 시스템LSI용 팹이 위치한 곳이다. 

 

대만이 지진 피해로 상당수 인명과 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지진으로 대만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일본 업체들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 타이난 지진은 과거 동일본 대지진 때 만큼 우리 기업에 상당한 수혜가 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대만 지진 사태 가장 큰 수혜

  

지진이 발생한 대만 타이난 지역에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의 팹6(8인치 웨이퍼 월 4만6000장)과 팹14(12인치 웨이퍼 월 10만장)가 있다. 대만 UMC 팹12A(12인치 웨이퍼 월 5만5000장)도 자리잡고 있다. 

 

지진 탓에 TSMC와 UMC 팹은 가동을 중단했고, 웨이퍼에도 일부 피해가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당일 물과 전기 공급이 재개됐지만, 정전으로 인해 라인 가동이 중단된 만큼 며칠간의 생산 피해는 불가피하다. 

 

반도체 라인은 강진에 견디도록 설계됐지만, 진공 채임버가 있는 공정은 복구하고 조건을 잡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손상된 웨이퍼를 확인하는 작업도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객사들이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유형적인 손실 못지않게 크다. 애플 등 북미 업체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해 특정 업체에 물량을 의존하는 것을 꺼린다. TSMC는 차기 아이폰용 애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주전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를 제쳤지만, 애플 경영진 내부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론되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TSMC는 고객사 불안을 의식해 ‘1분기 웨이퍼 출하량 중 지진에 따른 영향은 1% 미만에 그칠 것이며, 전체 장비 중 95%는 2~3일 안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발 빠르게 발표했다. 

 

UMC도 현지 언론에 ‘공정 처리 중인 웨이퍼에 영향이 있지만, 최종 출하에는 큰 영향이 없고 장비도 빠른 시간 안에 재가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는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애플 등 TSMC에 칩 생산을 맡기고 있는 팹리스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진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런 사태에 민감한 북미 고객사 영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대만 타이난 지진이 발생한 곳에 위치한 UMC 반도체 팹 12A / UMC 홈페이지 



LCD・D램 반사이익은 미미하지만, 기회로 활용할 여지는 충분

 

타이난 지역에는 파운드리 팹 외 LCD 팹과 후방 공급업체 생산라인도 다수 존재한다. 이노룩스는 지진 영향으로 8세대 LCD 팹을 하루 가량 가동 중단했고, 한스타도 12시간 정도 LCD 팹을 멈췄다. 

 

지진으로 팹을 중단했지만, 전반적으로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 생산능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타이난 인근 LCD 팹들은 순차적으로 재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소형 LCD 라인에 피해가 집중됐고 대형 라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최근 공급과잉이 심화된 대형 LCD 피해 규모가 컸다해도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 속도를 감안하면 우리 기업이 누릴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의외로 대만 LCD 업체들의 타격은 셀(cell)보다는 후방 산업에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타이난 지역에는 코닝 유리 기판 공장, 토판CFI 컬러필터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후방 업체들의 정확한 피해 상황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대만 LCD 서플라이체인관리(SCM)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대만 D램 산업은 사실상 지진 피해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크론 산하 렉스칩과 윈본드도 진도3의 충격이 있어 장비 가동을 멈췄지만, 추가 손상은 없다. 난야와 이노테라 팹은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영향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 라인이 지진영향 검사를 위해 잠시 가동을 멈춘 만큼 단기적으로 D램 수급 개선에 도움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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