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시장 점유율은 11.1%로 애플을 제외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퀄컴(42.9%)에 이어 두번째였다.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마저 퀄컴칩을 주로 썼지만 막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하기 시작한 중국 시장에서는 삼성 AP를 많이 사용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트지애널리틱스는 지난해 삼성전자 모바일 AP 점유율을  4%로 추산했다. 그나마 ‘갤럭시S6’에 자사 AP ‘엑시노스7420’을 메인칩으로 내장한 덕분이다. 내부 시장(캡티브 마켓)을 제외하고는 삼성의 모바일 AP 채택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출하량 기준 전세계 50% 이상을 판매한 중국 시장을 잡지 못하면 삼성 AP도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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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AP 시장 점유율. 자료=스트래트지애널리틱스

 

 

 

중국 AP 시장 재탈환 노리는 삼성

 

삼성전자 AP 시장을 잠식한 건 미디어텍, 스프레드트럼, 록칩, 올위너다. 삼성전자는 고급형에서는 퀄컴에게, 저가형에서는 중국, 대만 업체에 밀렸다. 

 

모바일 AP 업계 개발 주기는 약 6개월이다. 삼성전자, 퀄컴이 신규 칩을 출시하면 미디어텍이 약 3~6개월 후에 유사한 칩을 절반 가격에 내놓고, 그 3~6개월 후에는 록칩과 올위너 칩이 생산된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성능이 유사한 AP 가격이 25%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중국 본토 업체들은 성 정부의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있는데다 고객사 지원 비용을 줄여 가격을 삼성이나 퀄컴 제품의 원가 이하로 낮춘다. AP 특성상 시스템에 최적화하는 고객지원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중국 중저가 시장에서 최적화는 완제품 제조사 몫이다. 지난해 초부터 중저가칩 시장에 뛰어든 퀄컴도 고전하는 이유다. 

 

삼성전자 역시 아직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중저가형 AP 중국 영업을 강화했다. 

 

중국 로컬업체가 잠식한 스마트폰, 인텔이 마케팅비를 쏟아 붓는 태블릿PC 대신  셋톱박스, 동영상 스트리밍(오버더톱, OTT), 차량용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AVN)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중국 AP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AP가 최근 중저가형 시장에서는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업구조, 플랫폼 시장으로 특화 가능

 

삼성전자는 내부 시장(캡티브 마켓)인 무선사업부, 시스템반도체 공정을 담당하는 시스템LSI, 메모리 사업을 모두 갖고 있다. 

 

AP, CMOS이미지센서(CIS), D램⋅낸드플래시를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의 디스플레이, 주기판(HDI)을 모으면 하나의 스마트폰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은 전력관리반도체(PMIC), 모뎀(베이스밴드) 통합칩 개발에도 성공했다. 

 

피처폰 시절 대만 미디어텍이 자사 AP와 베이스밴드를 중심으로 참고(레퍼런스) 솔루션을 구성, 범용 휴대폰 모듈을 제공해 중국 시장을 평정했던 것처럼 삼성전자는 자사 부품으로만 이뤄진 모듈을 제공할 능력이 있다. 

 

특히 각 분야별 최고성능의 제품들이라 삼성의 부품만 잘 조달해도 고성능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을 정도다. 

 

모바일 기기가 점점 더 전력 효율은 높아지고 집적도와 복잡도는 높아지는 추세여서 시장 상황은 삼성전자에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 턴키 방식으로 삼성 부품을 조달해 총 부품비용(BOM)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걸림돌은 부품 종속을 우려하는 제조사들의 견제,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전략이다.

 

PC산업의 인텔 CPU, 모바일 산업의 퀄컴 베이스밴드처럼 자칫하다간 완제품 업체들이 오히려 협력업체에 협상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

 

중국의 전략도 삼성의 독주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국산화를 국산화 하겠다며 정부차원에서 1조위안(약 180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이미 지난 2월 퀄컴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9억7500만달러(약 1조563억원) 과징금을 냈다. 외산 AP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가 이뤄지면 현재 인텔과 같은 보조금 마케팅도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AP사업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인텔과 같은 마케팅 보조금 정책을 검토했지만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공정거래 관련 제재 부담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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