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주당 6000원에 거래되던 동부하이텍 주식 가격은 이달 들어 최고점인 1만9000원을 찍었다. 불과 넉 달 만에 주가가 3배 이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상반기 회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실적만으로 이 같은 주가 흐름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4월부터 SK그룹의 동부하이텍 인수 추진설이 흘러 나왔다.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반도체를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SK그룹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육성을 위해 동부하이텍을 인수한다는 설명이다. 


7월이 되자 소문은 구체화됐다. 청와대가 최태원 회장 사면 조건으로 동부하이텍 인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 방지와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얻고, SK그룹은 총수 사면이라는 실리를 얻는 ‘빅딜’이다. 


지난 15일 광복절 사면 당시 집행유예형을 받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제치고 최 회장 단독으로 사면되면서 이 같은 소문은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약속한 듯 출소하자마자 반도체 분야에 향후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IPOST는 SK그룹의 동부하이텍 인수 가능성과 실제 인수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에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동부하이텍, 자력으로는 성장 한계 뚜렷


우선 동부하이텍은 8인치(200mm) 팹을 이용해 LCD 구동칩(LDI), 아날로그 반도체, CMOS 이미지센서(CIS) 등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다. 경기도 부천에 월 5만3000장, 충북 음성에 월 4만2000장 규모 설비를 갖추고 있다. 두 라인을 합치면 월 9만5000장 규모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70%대에 그쳤던 가동률은 지난 1분기 80%를 돌파했다. 2분기에는 85%를 돌파했으며, 3분기에는 90% 돌파가 유력시된다. 장치산업 특성상 가동률 상승은 실적 개선을 동반한다.  


이 회사 2분기 매출은 1513억원, 영업이익은 277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 영업이익은 50% 상승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매출 2968억원, 영업이익 4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15% 증가한 수치다.


비록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 덕분에 실적이 급상승 중이지만 동부하이텍의 성장 한계는 뚜렷하다. 앞서 설명한대로 이미 가동률은 90%에 육박하고 있고, 무엇보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12인치(300mm) 공정으로 대부분 전환한 상황에서 8인치 팹으로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열세다. 일반적으로 8인치 팹을 12인치 팹으로 전환하면 생산량은 2.5배 늘어난다. 생산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생산 단가는 낮아진다.


갚아야 할 빚이 최대 2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연구개발(R&D)이나 설비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동부하이텍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수년째 2%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4%로 1위를 차지했고, 글로벌파운드리와 UMC가 각각 9%씩, 중국 SMIC가 4%를 나눠가졌다.


글로벌 점유율이 미미한 상황에서 R&D, 설비투자가 뒤따라 주지 않는다면 업황이 다시 부진했을 때 버텨낼 재간이 없다. 


동부하이텍 충북 음성 공장. (자료=동부하이텍)


SK그룹, 동부하이텍과 시너지 거의 없어 


업계 전문가들은 동부하이텍과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이다. 반도체라는 업종만 같을 뿐, SK하이닉스의 주력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와 동부하이텍의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기술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비메모리 파운드리 사업을 충북 청주 M8 라인에서 하고 있지만, 이미 동부하이텍 수준을 넘어섰다. 


현재 M8 라인은 8인치 웨이퍼를 월 10만장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말 12인치 웨이퍼용 ‘공간분할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SDP CVD)’를 매입해 CIS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가 아닌 비메모리용으로 12인치 웨이퍼 장비를 갖추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생산능력이나 양산 기술 면에서 동부하이텍에 의지할 측면이 전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동부하이텍 고위임원 출신 한 인사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중 양산 규모나 기술 면에서 동부하이텍보다 열세에 있는 회사는 없다”며 “한때 인수를 타진했던 중국 SMIC 역시 양산 능력 제고 측면에서 접근했을 뿐 기술을 탐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등 SK그룹 내 다른 IT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역시 뚜렷하지 않다. SK텔레콤이 최근 사물인터넷(IoT)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비스 및 솔루션 중심일 뿐, 직접 제조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만약 SK그룹이 동부하이텍을 인수한다면 이는 정치적 고려일 뿐 사업적 득실을 따져본 결과는 아닐 것”이라며 “SK하이닉스를 종합반도체 회사로 키우고 싶다면 청주 M8 라인 등 추가 투자를 통해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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