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후발 업체간 D램 미세공정 기술 수준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20나노미터(㎚) D램 양산을 시작했고, 올 들어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여전히 20나노 공정 기술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달부터 21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보다 1년 4개월이나 뒤처진 데다 여전히 공정 안정화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추격할 실마리를 잡은 SK하이닉스와 달리 마이크론은 20나노 초반 기술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부에서는 20나노 초반 공정 확보를 포기하고 아예 차세대 메모리 기술 확보에 집중하자는 퀀텀 점프 전략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D램 업계 공정 로드맵.JPG

▲글로벌 D램 업체들 공정전환 로드맵/ 각사 제공



미세공정 기술 격차...D램 시장 구도 흔든다

 

메모리 치킨게임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회사는 D램 시장 내 적정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미세공정 기술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D램 업체들이 신규 투자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20나노 중반까지 세 회사간 미세공정 기술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가 20나노로 퀀텀 점프하면서 시장 구도가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전체 D램 생산량 중 20나노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올 들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세공정 기술 격차는 D램 시장 내 점유율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D램 시장 내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D램 업체들이 신규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 즉 웨이퍼당 칩 생산증가율(bit groth)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올해 삼성전자 웨이퍼당 생산증가율(bit groth)은 30% 이상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 중반대, 마이크론은 10% 중반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기술을 주도하는 선두 업체가 시장 파이뿐 아니라 수익까지 더 많이 가져가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소재·공정 기술이 희비 엇갈랐다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분야에서 후발 업체와 초격차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소재·공정 기반 기술 덕분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과거처럼 노광 공정에 무게 중심을 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새로운 소재 처리 공법에도 적지 않은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했다.


삼성전자 20나노 D램 공정 성공의 열쇠인 초미세 유전막 형성 기술이 탄생한 배경이다. D램 커패시터에는 전하 누설을 막기 위해 유전막을 형성한다. 전기선에 플라스틱 피복막을 입혀 절연층을 형성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삼성전자는 20나노 커패시터에 옹스트롬(10분의 1나노) 수준으로 유전막을 형성할 수 있는 신소재와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원자 단위까지 제어해 커패시터에 유전막을 입혀 커패시터 특성을 끌어올렸다.


20나노 중반까지 D램 커패시터는 분자 단위로 유전막을 입혔다. 균일한 막질을 구현하기 어려웠고, 분자보다 작은 전하가 커패시터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유전막을 두텁게 발라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반도체 한 전문가는 “동일한 면적에서 유전막이 두꺼워지면 커패시터 내 전하 저장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는 얇고 균일한 막질을 커패시터에 입혀 효율적인 공정과 뛰어난 특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말했다.   

 

 

 



D램 기술 진보의 걸림돌, 커패시터(Capacitor)


D램은 빠르게 작동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손실되는 특성이 있다. 리프레시(refresh)로 커패시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복원해 줘야 한다.


리프레시는 패시터에 저장된 전하가 누설 전류 등에 의해 0이나 1로 판정하는 것이 불가능해 지기 전에 동일 데이터를 리라이팅(re-writing), 리스토어(re-store) 하는 기능을 말한다.


커패시터가 데이터를 잃어버리기 직전까지 시간을 리프레시 타임 이라고 한다. 설계, 공정 등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반도체 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리프레시 타임은 증가해야 한다.


리프레시 특성을 끌어올리려면 전하의 양을 늘리거나 누설 전류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커패시터 특성은 유전율이 높거나 증착 두께가 얇을수록 좋아진다. 면적이 넓어져도 커패시터 특성은 크게 개선된다.


다만 커패시터 증착 두께를 줄일 경우 커패시턴스(물체가 전하를 축적하는 능력)는 증가하지만 일정 두께 이하에서는 터널링 커런트(tunneling current) 효과에 의해 누설 전류가 급격히 증가한다. 소자 업체는 동작 전압을 정한 후 적정 커패시터 두께를 결정한다. 즉 증착 두께를 무작정 얇게 만들 수도 없는 셈이다.


미세공정이 진화될수록 셀간 간섭현상도 심각해진다. 낸드 플래시는 16나노부터 에어 갭(air gap)이란 공정으로 간섭현상을 완화한다. 회로와 회로 사이에 절연 물질 대신 빈 공간(에어 갭)을 만들어 절연 효과를 구현한다. D램은 낸드 플래시보다 회로 구조가 복잡해 에어 갭 방식으로 절연층을 만들기 어렵다. 결국 새로운 신소재나 공정 기술이 뒷받침돼야 차세대 공정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