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강국을 목표로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체 생산해 조달하는 비중은 10%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요는 7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자국 내 반도체 공급은 70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중국 D램 수요는 지난해 글로벌 D램 수요의 21%를 차지했다.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 중국 D램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첨단 기술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산업을 육성해온 데 이어 최근에는 메모리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 ‘내 ‘대국굴기(大国崛起)’를 본격화함에 따라 메모리 시장을 장악한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 전자제품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에 이른다. 오는 2017년에는 38%까지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당분간 중국이 반도체 최대 수요국의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자제품 생산기지로서의 강점을 활용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 시진핑 주석 사진/ 중국 정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인스펙트럼과 하이실리콘(HiSilicon)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 중인 반도체 기업이다.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 스프레드트럼(Spreadtrum)도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스프레드트럼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모바일 AP뿐 아니라 다양한 칩을 공급하면서 3년 동안 매출이 700배 늘었다.

 

 4~5년 전만 해도 우리 기업이 한수 아래로 얕잡아봤던 중국 팹리스가 지금은 연 매출 8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이실리콘도 지난 2011년 매출 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달러로 3년 만에 40배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팹리스는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팹리스 기업이 늘어난 덕분에 중국 내 파운드리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중국 SMIC는 TSMC·UMC·글로벌파운드리스·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5위 파운드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차이나리소스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CRM)와 우한싱신세미컨덕터(WXS)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파운드리 업체다. 현재 중국에는 600개가 넘는 팹리스와 세계 5위권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있다.

 


 ▲반도체 검사 공정/ 마이크론 웹사이트 캡처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에 안착한 중국은 이제 한국 기업이 장악한 메모리 시장을 정조준했다. 얼마 전 BOE는 메모리 사업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MIT)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200억 위안(약 21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마련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향후 5~10년 안에 중국 정부 주도로 최대 1조 위안(약 177조원) 규모의 자금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SMIC·ISSI·기가드라이브 등 중국 기업은 메모리 사업을 위해 일부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D램·낸드 플래시 등 주력 시장이 아닌 틈새 시장 공략에 그쳤다. 그러나 BOE의 메모리 시장 진출 선언은 이전 중국 기업과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중국 정부와 BOE는 이미 LCD 산업에서도 성공 방정식을 풀어낸 경험이 있다. BOE는 지난 2002년 하이닉스 LCD 자회사 하이디스를 인수해 10년 만에 세계 5위 디스플레이 업체로 키워냈다. BOE가 하이디스를 인수할 때만 해도 이 같은 결과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BOE는 향후 메모리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사물인터넷(IoT)·무인자동차 등 차세대 시장에서는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융합도 가속화될 것”이라며 “메모리 산업 강국이라는 지위에 취해 중국의 추격을 과소평가한다면 5년 뒤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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