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 진입한 에스아이플렉스
올해 공급 비중 낮아질 듯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공급망에 다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에스아이플렉스가 새로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비에이치로부터 일부 물량을 이원화했으나, 올해 다시금 비에이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F-PCB. /사진=비에이치
RF-PCB. /사진=비에이치

 

아이폰용 RF-PCB, 에스아이플렉스 비중 낮춘다

 

RF-PCB는 아이폰 내에서 HDI(주기판)와 디스플레이를 연결하는데 사용하는 부품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RF-PCB를 직접 구매해 OLED와 조립한 후 애플에 공급하는 구조다. 

애플이 아이폰에 OLED를 탑재하기 시작한 지난 2017년만해도 아이폰용 RF-PCB는 삼성전기⋅비에이치⋅인터플렉스 3사가 물량을 나눠 공급했다. 

이듬해 인터플렉스가 품질 문제로 공급망에서 배제되고, 2021년 삼성전기가 RF-PCB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비에이치는 아이폰용 RF-PCB 주력 공급사로 등극했다. 이때를 전후로 영풍전자가 공급망에 진입했다가 지난해 품질문제로 또 탈락하자, 삼성디스플레이는 에스아이플렉스를 신규 공급사로 채택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구매한 RF-PCB 물량의 70~80%는 비에이치가, 20~30%는 에스아이플렉스가 납품한 것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에스아이플렉스 실적은 지난해 매출 7476억원, 영업이익 60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HDI. HDI는 스마트폰 내부 부품들이 올라가는 PCB다. /사진=아이픽스잇
스마트폰 HDI. HDI는 스마트폰 내부 부품들이 올라가는 PCB다. /사진=아이픽스잇

다만 올해는 비에이치의 공급 비중이 최소 80% 이상, 최고 9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의도적으로 에스아이플렉스로부터의 조달량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에이치의 공급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렇지 않아도 공급량이 많은 비에이치에 물량을 더 배분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부품 업계는 지난 4월 에스아이플렉스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불거진 갈등이 공급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PEF(사모펀드)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월 4300억원 투자해 에스아이플렉스 지분 85%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및 삼성전자 MX(스마트폰)사업부와의 사전 의사소통이 없었던 게 갈등의 배경이다. 최근 삼성전자 MX 사업부 역시 내년도 카메라 모듈용 RF-PCB 물량을 배분하면서 에스아이플렉스로부터의 조달 비중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삼성전자 MX사업부의 RF-PCB 협력사는 에스아이플렉스⋅인터플렉스⋅뉴프렉스 등이다. 삼성전자는 에스아이플렉스로부터의 조달을 줄이는 대신, 뉴프렉스에 주문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솔브레인
/사진=솔브레인

한 부품업계 전문가는 “협력사 오너십이 교체되는 건 SCM(공급사슬관리) 측면에서 큰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삼성그룹 관계사들은 사전에 ‘승인’ 수준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한다”며 “에스아이플렉스는 사전 교감 없이 회사를 매각했다는 게 삼성전자⋅디스플레이가 문제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 2022년에도 있었다. 당시 솔브레인홀딩스가 OLED 유기재료 리사이클 회사인 씨엠디엘을 인수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씨엠디엘 간 갈등이 촉발됐다. 솔브레인홀딩스 자회사 솔브레인은 LG디스플레이의 유기재료 공급사이기도 한데, 씨엠디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사전 소통이 없었던 게 발단이 됐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재료 리사이클 일감 배분에서 씨엠디엘 비중은 낮아진 반면, 에스켐 등 신규 회사들 수주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