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애플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합류
MX사업부 BOM 절감에 따른 유탄으로 해석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유기재료 세트 개발을 주도하던 담당 임원이 돌연 퇴사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초 삼성전자 MX(스마트폰)사업부가 성능 미진을 이유로 최신 유기재료가 적용된 패널 대신 구(舊) 버전을 채택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게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애플 출신 P모 상무 퇴사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 재료연구팀에서 유기재료 세트를 개발해온 P모 상무는 지난달 말을 기해 사임했다. P 상무는 삼성SDI-애플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에 합류한, 유기재료 분야 손꼽히는 전문가다. 애플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를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신규 유기재료 세트 개발 과제 진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P 상무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정기 임원인사 시즌도 아닌 연중에, 급작스레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궁금증을 낳고 있다. P 상무는 비상근 고문 및 자문역도 맡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진행한 M14 개발과제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P 상무가 퇴사한 것으로 풀이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하는 OLED는 내부를 구성하는 유기재료 세트에 따라 이름이 갱신된다. 스마트폰용 패널은 재료(Materials)를 뜻하는 ‘M’ 뒤에 숫자를 붙이는 게 보통이다. 숫자가 클수록 최신 규격의 재료가 쓰인 OLED 패널이다.

M14는 지난해 가을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에 적용된 유기재료 세트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의 목표는 애플 외에 올 초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에도 M14 패널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M14 대신 M13 패널을 적용해 갤럭시S25를 출시했다. M13은 앞서 ‘갤럭시S24’에도 적용된, 개발된 지 이미 2년 이상된 재료다. 

최신 재료가 적용된 패널일수록 단가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 평가 결과 M13과 M14의 성능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되자 원가 절감을 위해 이전 버전 패널을 쓰기로 한 것”이라며 “이에 유기재료 개발 담당자이던 P 상무가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퀄컴 '스냅드래곤8 젠3'. /사진=퀄컴
퀄컴 '스냅드래곤8 젠3'. /사진=퀄컴

 

다만 올해 1분기는 삼성전자 MX사업부 입장에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았던 탓에 OLED 패널 성능과 무관하게 M13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견해도 있다(<퀄컴 AP 단가 또 오른다...내년 스마트폰 부품 업계 수익성에 악영향> 참조). 

앞서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에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로 퀄컴 ‘스냅드래곤’은 물론 시스템LSI가 설계한 ‘엑시노스’도 병행 탑재됐다. 덕분에 AP 조달 비용을 다소나마 절감할 수 있었으나 올해 출시된 갤럭시S25에는 전량 스냅드래곤이 탑재됐다. 

AP가 ‘솔 벤더’로 지정되자 삼성전자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졌고, 퀄컴측은 1대당 15달러씩의 단가 인상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S25 1대당 AP 매입 비용만 200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AP 매입 비용이 높아진 탓에 AP를 제외한 다른 자재에서 BOM(부품원가)을 낮출 수 밖에 없었고, 최신 M14가 아닌 M13 구매로 이어졌다는 게 부품 업계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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