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에도 다녀가
애플처럼 OLED 후방 산업 컨트롤이 목표

지난해부터 국내 OLED 유기재료 기업들과 직접 컨택해 온 화웨이가 이달 초 방한해 다시금 공급망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OLED 패널을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부에 사용되는 각종 소재⋅부품까지 직접 관장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이러한 화웨이를 대하는 유기재료 공급사들 속내는 제각각이다. 

화웨이 '메이트 XT' /사진=화웨이
화웨이 '메이트 XT' /사진=화웨이

 

화웨이, 이달 초 LG화학 등 다녀가

 

화웨이는 이달 초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OLED 유기재료 업체들을 연이어 방문해 향후 재료 공급과 관련한 논의를 가졌다. 화웨이의 유기재료 직접 조달 작업은 디스플레이 개발을 담당하는 일본 오사카 연구소가 맡았다. 국내 유기재료 기업 일부는 직접 오사카 연구소를 방문해 논의를 이어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1월에도 LG화학⋅삼성SDI⋅SFC 등 국내 OLED 유기재료 회사들을 연이어 방문한 바 있다.

화웨이의 목표는 패널 기업을 거치지 않고 유기재료 선정과 발주 과정을 직접 담당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조달 방식은 이미 애플이 구사해온 바 있다. 애플은 삼성⋅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구매하지만 패널 생산에 사용하는 유기재료 종류와 공급사 선정에 적극 관여한다. 

이 때문에 패널 기업들이 애플 향 OLED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유기재료 공급사와 비(非) 애플 향 패널에 적용하는 유기재료 공급사가 일부 상이하다. 애플은 이를 통해 아이폰에 탑재되는 OLED 패널을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차별화해왔다. 

2024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카날리스 자료에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표시되지 않았으나 옴디아에 따르면 화웨이의 2024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4840만대다. /자료=카날리스
2024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 카날리스 자료에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표시되지 않았으나 옴디아에 따르면 화웨이의 2024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4840만대다. /자료=카날리스

다만 화웨이가 이 같은 목표를 관철시키기에는 아직 스마트폰 판매량이 충분치 않다. 패널 업체가 화웨이만을 위해 따로 유기재료 세트를 구성하고, 패널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애플에 버금가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4840만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8%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2억2590만대를 판매한 애플의 4분의 1에도 못미친다. 이처럼 판매량이 적으면 따로 유기재료 세트를 구성하는데 투입되는 비용 증가분이 패널 차별화에서 오는 이점을 압도해버린다. 차라리 지금처럼 범용 유기재료로 만든 OLED 패널을 사용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폰 판매량 1억대를 훌쩍 넘는 샤오미⋅비보⋅오포도 아직 자체 유기재료 공급망을 구축하지 않는 건 비용 증가에 비해 성능 차별화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기재료 기업들 셈법은 제각각

 

화웨이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기업들 셈법은 복잡하다. 화웨이가 자체 구성한 유기재료 공급망을 통해 OLED 패널을 조달한다면, 생산은 중국 BOE가 맡게 되는 수순이다. 

LG화학처럼 이미 BOE와 활발하게 거래하는 회사는 화웨이와 직거래를 통해 얻게 될 이득이 크지 않다. 이미 녹색⋅청색 호스트 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재료 공급을 늘린다 해도 최대 1개 재료가 추가되는 정도다.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반면 화웨이와 직접 소통함으로써 BOE와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건 큰 리스크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자칫하면 화웨이로부터 선택을 받고, BOE로부터는 버림을 받을 수 있다”며 “기존 대형 거래선들은 굳이 화웨이와 소통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BOE와 거래 규모가 크지 않거나 아예 납품하지 않는 회사라면 화웨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를 틀 수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22년 삼성디스플레이⋅BOE 간 특허소송이 촉발된 이후 BOE로 공급하는 유기재료 종류가 크게 줄고 있다. 원래 삼성SDI가 공급을 전담해 온 녹색 호스트 재료는 LG화학과 중국 기업인 LT옵토(LTOM)으로 대체된 상태다. 

화웨이가 직접 유기재료 기업을 선정하면 거래가 없거나 줄고 있는 기업도 BOE로의 재료 공급이 증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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