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소규모 이뤄지던 중간인사..."올해는 클 것"
그룹 안팎 이벤트들 상반기 후반 결론 관측

삼성전자가 7월 1일을 기해 시행하는 중간인사가 올해는 예년 대비 큰 폭으로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안팎의 이슈들이 상반기 후반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진행되는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도 도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별세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자리도 연말까지 비워두기는 어렵다. 

 

정치 일정과 겹치는 이재용 회장 상고심

 

그동안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연중 인사는 7월 1일을 기해 사업부 내 몇몇 임원들 자리를 이동하는 수준에서 소규모 단행돼 왔다. 연말 인사⋅조직개편과 달리 외부에 공표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이재용 회장 상고심 결론과 신정부 출범 가능성 등이 상반기 말쯤 동시 확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인사 폭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이재용 회장에 제기된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2심 무죄 결론에 검찰이 곧장 대법원 상고에 나섰으나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통상 형사재판 상고심은 검찰이 상고한 날로부터 80일 전후 결론이 나온다. 쟁점이 복잡한 사안은 이보다 더 걸릴 수 있다. 그래도 상반기 내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대법원이 검찰 상고를 기각하면 이재용 회장은 그동안의 법정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은 ‘사즉생’ 메시지를 내놓는가 하면, 2년만에 CDF(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들과 회동했다. 부쩍 늘어난 공개 행보 역시 한결 운신이 가벼워진 현 상황을 반영한다.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왼쪽),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왼쪽),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이 회장 법정공방이 마무리되면 현 사업지원TF 체제 개편이 뒤따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현호 부회장을 필두로 한 사업지원TF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이 회장의 법정 이슈 대응이다. 상대적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삼성의 여러 사업 경쟁력에 대한 전략적 대응에는 부실했다는 지탄이 쌓일 만큼 쌓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이 회장 법정공방이 마무리 되면 용퇴하겠다는 뜻을 여러번 밝혔다”며 “지난해 연말 박학규 사장을 사업지원TF에 합류시키고 최윤호 삼성SDI 사장을 그룹 경영진단실장으로 발령낸 건 정현호 부회장 이후 지원 조직 구성을 위한 빌드업”이라고 설명했다.  

 

비메모리⋅DX부문도 변화 예고

 

최근 진행되는 비메모리 부문에 대한 경영진단도 상반기 안에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사업 방향성을 재설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20년쯤 시스템LSI 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설계 사업을 MX사업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계획만 세우고 관철되지는 못했는데, 이번 경영진단 결과로 실제 시행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설계하는 ‘엑시노스’ AP는 퀄컴 ‘스냅드래곤’에 밀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탑재되지 못하는 처지다. 글로벌 AP 시장점유율은 퀄컴⋅미디어텍⋅애플⋅유니SOC에 이은 5위에 그친다. AP 설계사업을 MX사업부로 이관하면 사업 전략을 더욱 밀접하게 공유하면서 갤럭시 스마트폰 내 엑시노스 채택율을 높일 수 있다. 

25일 별세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진=삼성전자
25일 별세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 별세로 자리가 비워진 DX부문장은 연말까지 임시 체제로 둘 수는 없다. DX부문은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DA(생활가전) 사업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 부회장은 DX부문장과 DA사업부장, 여기에 삼성전자 공동 대표이사 역할까지 겸임해왔다. 한 부회장 별세로 총 3개 자리가 일거 공석이 된 것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DX부문장⋅DA사업부장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다”며 “중간 인사를 통해 세트 부문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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