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L, 전기차에만 제공하던 110⋅220V 변환기능
현대차, 앞으로 하이브리드에도 V2L 제공
현대차그룹 엔진⋅변속기(트랜스미션) 부품 공급업체 현대케피코가 하이브리드용 ‘V2L(Vehicle to Load)’ 컨버터 모듈을 첫 양산 공급했다. V2L은 전기차 배터리의 고전압 직류 전원을 교류 전원으로 출력해주는 장치다.
순수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V2L 기능이 장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케피코, 현대차 팰리세이드에 V2L 모듈 공급
이번에 현대케피코가 현대차에 공급한 V2L 컨버터 모듈은 지난달 현대차가 출시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에 장착됐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지난 2018년 출시한 풀사이즈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올해 6년만에 세대 변경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특히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는 그동안 전기차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V2L 기능이 추가됐다. V2L을 이용하면 캠핑장 등 야외에서 별도의 전력공급 없이도 각종 110⋅220V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전력을 얻기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걸지 않아도 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는 3.5kWh 크기의 배터리가 장착됐는데, 통상 2kWh 이하 배터리가 장착된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 대비 배터리 용량이 2배 정도로 크다. V2L을 통해 외부 전력으로 사용될 용량을 넉넉하게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현대차가 출시한 전기차의 V2L 기능은 별도의 컨버터 모듈 없이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가 통합 관장했다. ICCU는 기존 OBC(On Board Charger)에 양방향 충전 기능을 더한 것으로 OBC 보다 상위의 개념이다.
그러나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을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ICCU는 물론 OBC조차 장착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V2L 기능 구현을 위해 별도의 모듈이 필요한 것이다. 전장부품 산업 전문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V2L 기능이 양산 적용되는 것은 팰리세이드가 처음”이라며 “최근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이 늘면서 전기차의 편리한 점을 하이브리드에도 이식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형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되는 여타 차종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에 V2L 기능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케피코, 내연기관 부품 업체에서 전장 솔루션 공급사로
원래 자동차 엔진⋅변속기용 부품(제어기⋅구동기⋅센서⋅모듈) 공급업체였던 현대케피코는 최근 자동차 전장화 추세를 타고 전장 솔루션 공급사로 변모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것이다.
원래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전장 공급은 ‘티어1’ 업체로서 현대모비스가 역할을 담당했으나, 최근에는 현대케피코도 전장 부품 라인업을 늘렸다. 전기차용 각종 제어장치와 전력변환장치, SBW(Shift By Wire) 시스템을 현대차에 공급한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아직은 현대모비스에 비하면 현대케피코의 전장 매출과 품목이 얼마 되지 않지만 꾸준히 양산 품목이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그룹 차원에서 양사의 역할 분담을 위한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