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5층 2개동' 제출 뒤 철회 올해 다시 2차 변경안 제출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조성할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를 기존 105층 1개동에서 54층 3개동으로 또 다시 변경하겠다고 서울시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2월 55층 2개동으로 낮춰 짓겠다는 계획 변경이후 두 번째 변경안이다.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층수를 낮추는 대신 건물 동을 추가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루게 되면 GBC 랜드마크 사업이 2014년 추진 이후 11년 만에 마침내 본궤도에 오를지 관심이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사업시행자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제안서에는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54층(242m) 높이의 건물 3개동을 짓고 업무·숙박·판매·문화시설과 전망 공간 등으로 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GBC는 지난 2016년 삼성동 옛 한전부지(면적 7만9341㎡)에 105층(561m) 높이의 빌딩으로 계획됐다. 이곳에는 업무시설과 호텔, 전시·컨벤션 시설, 공연장 등이 조성될 예정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105층에 전망대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용도지역을 바꿔 용적률을 250%에서 800%로 높여줬다. 현대차가 내야 할 공공 기여금도 약 2000억원 줄여 1조7491억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당초 계획대로 105층으로 짓기 위해 2020년 5월 착공에 들어갔지만, 공사비가 치솟고 글로벌 경영 상황 등이 급변하자 기존 초고층 설계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월 55층 2개동으로 낮춰 짓겠다는 제안서를 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인허가 절차를 두고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이견을 보였다. 105층 계획은 사전협상을 통해 용적률 상향과 공공기여 등을 모두 확정해 결정한 것인 만큼 층수를 낮추려면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강경한 입장이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개발계획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변경을 철회했고, 이번에 54층 3개 동과 저층부 2개 동을 짓는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를 서울시에 접수했다.
2차 변경안 접수에 따라 11년째 답보상태인 GBC 프로젝트가 마침내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이번 개발계획 변경에 따라 기존 사전협상을 통해 계획된 초고층 랜드마크(대표 건물)와 배치 계획 등에 전면적인 변경 사항이 생긴 만큼 관련 조례와 지침에 따라 협상조정협의회를 거쳐 조속히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내는 공공기여(기부채납)금을 둘러싼 줄다리기다. 그동안 물가 상승에 따라 이번에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작년 3월 현대차그룹은 GBC 개발이 본격화하면 2026년까지 투자 4조6000억원과 신규 고용 9200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2030년대 초면 투자는 총 19조5000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5만600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이번 설계 변경안이 수용될 경우 실리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2조원대로 추산됐던 ‘105층 GBC’ 공사비는 설계변경을 제안했던 지난해 기준 5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계에서는 49층을 60층 이상으로 올릴 때 공사비가 최소 25% 더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입되는 자재부터 설계와 공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초고층 타워를 50층대 건물 여러 동으로 분산하면서 아낀 투자비를 첨단 기술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GBC에 건설하게 될 54층 3개 동 가운데 1개 동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사비와 서울시에 지불해야 하는 공공기여분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1개 동을 통째로 임대하는 방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