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리더십 회복 불확실…중국과 경쟁 심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삼성전자의 선순위 무담보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현재 신용등급은 ‘Aa2’를 유지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통상 12~18개월 이후 상황을 예상하는 것이어서 향후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무디스의 삼성전자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등급 조치 결과를 밝혔다. 신용등급 ‘Aa2’는 최고 등급(Aaa)에서 두 단계 낮은 수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의 ‘AA’에 해당한다.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신용 등급을 Aa2로 유지한 이유에 대해 “가장 강력한 시장 지위와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높은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것을 놓고 글로리아 추엔 무디스 부사장 겸 선임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 특히 인공지능(AI) 칩에서 삼성전자가 기술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한 점이 전망 조정이 이뤄진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기술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가 AI 및 하이엔드 제품의 메모리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진화하는 시장 안에서 이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AI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을 위한 맞춤형 칩을 적기에 개발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무디스는 “이러한 변화와 저가형 메모리 제품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를 고려할 때, 향후 12∼18개월 동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24년 수준과 비슷한 11% 내외로 보통(moderate)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PC 및 모바일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약세인 점도 수익성을 제약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같은 수익성 수준은 2012∼2022년 평균인 약 16%보다 낮고, Aa2 등급 대비 취약한 수준이라고 무디스는 덧붙였다. 다만 디스플레이 패널,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다른 주요 부문의 수익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향후 반도체 부문에서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고 영업 이익률을 13∼14%로 회복하는 동시에 현재의 건전한 재무 상황을 유지한다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조정 영업이익률이 오랜 기간 13~14% 이하로 유지되거나 잉여현금흐름(FCF), 순현금 포지션이 약화할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디스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87조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해 “매우 강력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12~18개월 동안 부채 대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비율도 0.2~0.3 수준으로 매우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대금도 충당할 수 있다고 무디스는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