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델라웨어 법원 배심원단 “누비아 인수 이후 라이선스 위반하지 않아” 평결…Arm “재심 고려”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사진=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사진=퀄컴

 

전세계 IT 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던 미국 퀄컴과 Arm의 칩 라이선스(허가)를 둘러싼 소송에서 퀄컴이 사실상 승소했다. 세가지 쟁점을 놓고 벌인 재판은 비록 ‘미결정 심리(Mistrial)’로 끝났지만 핵심 두가지 쟁점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Arm은 반발하면서 재심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열린 퀄컴과 Arm 간의 칩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 재판이 ‘미결정 심리(Mistrial)’로 끝났다.

미결정 심리는 배심원 재판에서 만장일치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때 이뤄진다. 이 경우 재판 당사자들은 재심을 신청하거나, 당사자 간 합의 등의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배심원단이 세 가지 쟁점 중 하나인 ‘누비아가 2019년 설립 당시 Arm과 맺은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해 미결정 심리가 나왔다.

다만 다른 핵심 쟁점들에서는 퀄컴이 승소했다.

배심원단은 “퀄컴이 14억 달러에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획득한 Arm의 칩 제품에 관한 계약 조건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퀄컴이 더 높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해당 누비아의 기술을 자사 칩에 통합하는 것이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퀄컴이 누비아 기술 기반으로 만든 중앙처리장치(CPU) ‘오라이온’을 자사 시스템온칩(SoC)에 사용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즉 퀄컴이 스냅드래곤 X 엘리트/플러스 등 윈도 PC용 SoC(시스템반도체),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1세대, 오토모티브(자동차)용 스냅드래곤 라이드 엘리트 등 오라이온 CPU 내장 제품을 계속 설계·생산·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Arm은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퀄컴은 핵심 쟁점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사실상 승소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두 기업 간 소송은 당초 퀄컴이 2021년 Arm 라이선스를 보유한 칩 설계회사 누비아를 인수하면서 불거졌다. 누비아가 사용했던 Arm 라이선스를 퀄컴이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누비아는 Arm 라이선스를 이용해 서버용 칩을 설계했다. 퀄컴이 이를 일부 수정해 스마트폰용 AP로 전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Arm은 퀄컴에 라이선스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퀄컴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Arm은 이에 따라 2022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Arm은 재판에서 퀄컴이 재계약을 맺지 않고 누비아의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연간 최대 14억 달러의 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퀄컴은 Arm이 자사 칩 디자인 팀을 해체하도록 압박하고 기술 의존도를 높인 다음 로열티율을 400%까지 올리려 했다고도 지적했다. 또 Arm 내부 문서를 근거로 칩 제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Arm이 퀄컴을 압박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 진출을 위해 누비아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퀄컴은 배심원단에 자사가 Arm 기술을 포괄하는 별도의 일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배심원단은 퀄컴의 손을 들어줬다.

퀄컴은 Arm의 최대 고객 중 하나로 두 기업은 오랜 파트너이지만,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에서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갈등은 점점 심화해 왔다. 이번 평결을 목전에 두고 지난 10월에는 Arm이 퀄컴에 자사의 지식재산을 활용해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라이선스(허가)를 60일이후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을 놓고 퀄컴측은 “배심원단은 퀄컴이 혁신할 권리를 입증했고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모든 퀄컴 제품은 Arm과 퀄컴 간의 라이선스 계약에 대해 보호됨을 확인해 줬다”면서 “퀄컴은 놀라운 Arm 호환 오라이온(Oryon) 맞춤형 CPU 탑재 첨단 제품을 계속해서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재심 검토 의사를 밝힌 Arm측은 “배심원들이 모든 주장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해 유감”이라며 “Arm의 최우선 과제는 Arm의 IP와 30년 이상 중요 파트너와 구축한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메리엘렌 노레이카 판사는 양사가 합의할 것을 권고했다. 노레이카 판사는 재판에서 “(이번 재판에서)어느 쪽도 분명한 승리를 거뒀거나, 이 사건이 다시 재판된다면 분명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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