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제재 대상 일주일 만의 조치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중국 EDA(설계자동화) 툴 업체 엠피리언테크놀러지(엠피리언)가 결국 중국 국유기업 산하에 편입됐다. 이달 초 미국 상무부 BIS(산업안보국)가 이 회사와 자회사들을 제재대상(Entity List)에 등재한 후 일주일 만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엠피리언 이사회 멤버 4명이 사임하고, 그 자리를 CEC(중국전자공사)가 파견한 인사들로 채운다고 10일 보도했다. 엠피리언 이사회는 총 11명으로 구성되며, 그동안 CEC 몫은 2명이었다.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4명의 신임 이사가 선임되면 CEC 출신은 과반인 6명이 된다. 

CEC는 엠피리언 지분 34%를 간접적으로 보유하면서도 그동안 경영 관여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 CEC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엠피리언은 사실상 CEC 우산 아래 놓이게 됐다. 

이사회 구성 변경은 이 회사가 미국 상무부 제재대상에 오른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엠피리언의 중국 EDA 툴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하고, 여전히 케이던스⋅시높시스⋅지멘스 3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재대상에 등재되자 정부 차원에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DA 툴은 반도체 설계⋅검증 작업을 자동화해주는 소프트웨어다. 글로벌 파운드리 회사 대부분이 케이던스⋅시높시스⋅지멘스 제품을 쓰기 때문에 신생 회사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게 어렵다. 중국 반도체 회사들도 여전히 3사 의존도가 높으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EDA 툴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CEC는 중국 내 여러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회사들을 통해 EDA 툴 시장 점유율을 제고할 전망이다. 엠피리언은 지난해 처음 매출 10억위안(약 2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6.6% 증가한 수치다. 올해 첫 9개월간 매출도 7억44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늘었다. CEC 산하 기업들 내부 점유율을 높여 가면 당분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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