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캔버스', GUI 기반 SoC 설계 자동화
파워⋅클록 이어 DFT⋅버스 시스템 자동화 기능 제공

한때는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조차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2000년 이전까지 코딩 언어를 다룰 줄 아는 소수 엔지니어만 홈페이지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누구나 손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건 코딩 없이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는 GUI(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 도구들이 등장하면서다. 복잡한 코딩 언어를 몰라도 된다. 이제는 윈도우 OS(운영체제)에서 특정 파일을 ‘새 폴더’로 옮기는 것 만큼 간편하게 누구나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잇다반도체는 이러한 GUI 디자인 개념을 반도체 SoC(시스템온칩) 분야로 끌어오는 스타트업이다. SoC 하나를 완성하려면 파워⋅클록⋅DFT⋅버스 등 다양한 인프라 설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를 코딩 없이 GUI 기반으로 완성할 수 있는 ‘SoC 캔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각 시스템 별로 국내에 많아야 수십명에 불과한 SoC 설계 엔지니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게 목표다. 

전호연 잇다반도체 대표는 최근 KIPOST와 만나 “SoC를 설계하는데 소요되는 대부분의 시간⋅노력이 데이터 핸들링에 투입된다”며 “이 기간을 축소하면 칩 설계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핸들링은 고객사들이 원하는 반도체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SoC 구성요소들이 각각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조율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내년에 출시될 하이엔드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성능을 30% 높여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CPU⋅GPU⋅NPU⋅메모리시스템 등 각 IP(설계자산) 성능은 Arm⋅시높시스 같은 IP 전문업체들이 제공하는 상수다. 이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고객사가 원하는 규격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게 SoC 기업의 설계 역량이다.

이를 위해 상품기획 조직과 실제 칩을 설계하는 엔지니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의하는데, 지금도 데이터 핸들링에는 비지오⋅엑셀⋅워드 같은 범용 프로그램들이 사용된다. 

전호연 잇다반도체 대표. /사진=잇다반도체
전호연 잇다반도체 대표. /사진=잇다반도체

이를 파일에 담아 전달하고 수개월간 수십번의 회의와 조율을 거치고 나서야 본격적인 칩 설계에 착수할 수 있다. GUI 기반의 SoC 캔버스는 문서 작업 필요 없이, 단지 필요한 기능들을 '끌어오는(Drag & Drop)' 것만으로 며칠만에 작업을 끝낸다. 전 대표는 “인프라 없이 건물만 모아 놓는다고 도시가 완성되지 않듯, SoC도 각 IP들을 동작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들이 필요하다”며 “SoC 캔버스로 이 시스템을 손쉽게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다반도체가 SoC 캔버스에서 재공하려 개발하는 기능은 DFT(Design For Test)다. DFT는 SoC 출하 직전 제대로 양불 테스트를 받기 위해 ‘테스트 용이성’을 칩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다. SoC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테스트 난이도와 DFT 모두 까다로워지고 있다. 

전 대표는 “일반 사용자가 아무리 스마트폰을 혹사시켜도 전체 하드웨어 자원의 10%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며 “DFT가 합리적으로 설계된 칩은 테스트 시점에 SoC 자원을 100% 가동시켜 정확하게 성능을 평가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글로벌 SoC 설계 회사도 양산 칩의 DFT를 완성하는데 한 개 팀이 3~4개월 매달려야 한다. DFT 자동화 솔루션을 활용하면 1주일만에 DFT를 끝낼 수 있다는 게 잇다반도체측 설명이다.

잇다반도체는 올해 중 개발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중 SoC 캔버스에 DFT 기능을 반영한다. 이미 구현된 파워⋅클록 설계 자동화에 이어 세 번째 자동화 기능이 업데이트 되는 셈이다. 내년에는 SoC 내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경로인 버스 시스템 설계 자동화 기능 개발에 매진한다. 전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SoC 설계를 해 본 경험에 비춰보면 파워⋅클록⋅DFT⋅버스 등 네 가지 시스템 설계가 가장 힘들었다”며 “창업 이후 관련 자동화 솔루션을 먼저 개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잇다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16년간 SoC 설계 업무를 담당한 전호연 대표가 지난 2022년 설립한 회사다. 전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테슬라 FSD, 구글 AP, 삼성전자 엑시노스 등 설계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역시 삼성전자에서 SoC 개발을 담당한 김아찬 CTO(최고기술책임자), 김인규 CPO(최고제품책임자) 등이 의기투합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