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IPO 취소...2.9조원 조달 계획 물거품
수조원 규모 투자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을 타진했던 중국 에스볼트가 관련 계획을 철회했다. 유럽 내 전기차 시장 침체가 일시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데다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아서다.
28일 에스볼트는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 본사와 독일 자회사들을 내년 1월 31일부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독일 할란트⋅브란덴부르크에 짓고 있는 배터리 모듈 및 셀 공장 건설 작업도 중단된다.
앞서 지난 2020년 에스볼트를 20억유로(약 3조원)를 들여 할란트 지역에 연산 24GWh 규모의 배터리 모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또 2022년 브란덴부르크에는 연산 16GWh 규모의 배터리 셀 라인을 짓기로 했다. 할란트 공장은 양산 시점이 2024년 하반기, 브란덴부르크 공장은 2025년이다. 따라서 할란트 공장은 건설이 마무리 돼 시생산 단계에 돌입했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번 결정으로 양산 가동은 포기할 전망이다.
에스볼트측은 “유럽 내 전기차 시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상업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연기 등 정책적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스볼트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는 더 큰 이유는 자금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8년 중국 자동차 브랜드 만리장성에서 분사한 에스볼트는 작년 연말 상하이 '과창판(科創板, 커촹반·스타마켓)' 상장을 통해 150억위안(약 2조9000억원) 조달을 추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IPO(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했고, 이후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전기차 시장이나마 살아날 기미를 보였다면 향후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유럽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겠지만, 최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44% 급감한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