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말 양산 타깃...촉박한 기간
애플 비즈니스 주도한 중소형 사업부가 추진

삼성디스플레이가 추진 중인 ‘G-VR’ 프로젝트를 기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전담팀이 아닌 스마트폰 OLED를 생산하는 중소형 사업부가 담당한다. G-VR은 애플이 ‘비전프로’에 적용한 OLEDoS(OLED on Silicon)와 달리 유리기판 위에서 생산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다.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OLEDoS 대비 낮은 가격에 VR용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어 ‘적정기술'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애플 '비전프로'의 픽셀(왼쪽)과 '아이폰15 프로맥스'의 픽셀. G-VR의 타깃은 둘 사이 정도다.
애플 '비전프로'의 픽셀(왼쪽)과 '아이폰15 프로맥스'의 픽셀. G-VR의 타깃은 둘 사이 정도다.

 

중소형사업부, G-VR 프로젝트 맡는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사업은 김성철 사장, 최재범 부사장을 필두로 한 전담팀에서 맡아왔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팀은 천안캠퍼스 A1에서 RGB(적색⋅녹색⋅청색) 다이렉트 패터닝 기반의 OLEDoS를, 아산캠퍼스 A2에서 WOLED 기반 OLEDoS를 각각 개발하고 있다. 

둘은 발광층 유기물 증착 기술이 다르나, 기본적으로 실리콘 웨이퍼 상에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구현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두 기술 모두 3000 PPI(1인치 당 픽셀 수) 이상의 초고밀도 디스플레이 제작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애플이 비전프로에 적용한 디스플레이는 A2 방식과 겹친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시작한 G-VR은 기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전담 조직이 아닌 중소형 사업부에서 맡기로 했다. G-VR의 애플리케이션 자체는 VR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생산 기술은 스마트폰용 OLED에 더 가깝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VR은 유리기판에 LTPS(저온폴리실리콘) TFT(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들고, 그 위에 유기물 증착을 진행한다. OLEDoS는 3000 PPI 이상 초고밀도 화면을 구현하는 게 목표인 반면, G-VR은 1500 PPI 정도가 타깃이다. PPI가 스마트폰용 OLED(500~600 안팎) 대비 현저하게 높지만 유리기판을 이용한다는 점이 같다. 

비전프로에 쓰인 OLEDoS 디스플레이. /사진=애플
비전프로에 쓰인 OLEDoS 디스플레이. /사진=애플

이 프로젝트가 애플 제안으로 시작했다는 것도 그동안 애플 거래를 주도해 온 중소형 사업부가 키를 잡는 배경으로 보인다. G-VR은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LG디스플레이⋅BOE에도 각각 제안했던 과제다. 이에 최종적으로 응한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 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전사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고 있기에 역량을 분산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BOE는 이미 OLEDoS 방식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양산 투자를 마쳤다는 점에서 G-VR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도전할 명분이 약하다. BOE는 지난 2018년 윈난성과 공동으로 쿤밍BOE디스플레이를 설립하고, 8인치⋅12인치 실리콘 웨이퍼 기반 OLEDoS 라인을 설치했다. 최근 이 라인들도 가동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시금 G-VR 프로젝트를 꾸릴 이유는 없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G-VR 양산 시점을 2026년 하반기 정도로 잡고 있다”며 “양산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도 기존 중소형 사업부에 프로젝트를 맡기는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G-VR, A1에서 할까 A2에서 할까

 

한편 당초 아산캠퍼스 A2에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G-VR 프로젝트는 아직 A1에 둥지를 틀 가능성도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A1은 4.5세대(730㎜ X 920㎜), A2는 5.5세대(1300㎜ X 1500㎜) 기반 생산 라인이다. 

G-VR은 기존 스마트폰용 OLED 대비 해상도가 크게 높은 만큼, TFT 공정에서 일부 포토리소그래피 장비의 신규 발주가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장비 개조 및 신규 투자 측면에서는 A1 라인에서 G-VR을 생산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리기판 크기는 A2의 5.5세대가 A1 대비 3배 가까이 넓기에 생산 효율은 A2가 압도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만약 G-VR이 탑재될 애플의 VR 기기가 비전프로를 뛰어 넘는 대중화에 성공한다면 생산성 높은 A2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 당장의 투자비는 A1이 적게 들지만 이후 생산성 측면에서는 A2가 더 나은 선택이다. 이는 전적으로 애플 중저가 VR 기기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눈높이에 맞추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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