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2'가 누렸던 美 규제 반사이익 기대 못해
여전히 높은 엔비디아의 벽
인텔이 AI(인공지능) 가속기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가우디3’ 출하량을 대폭 하향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인텔은 가우디3를 통해 엔비디아가 독점한 시장에 균열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내년도 고객사들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 분사를 결정한 인텔로서는 서버용 AI 칩 시장에서 만큼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만 언론 “내년 가우디3 출하량 최대 30% 축소”
대만 연합신문망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 인텔이 내년도 가우디3 출하량 목표치를 기존 30만~35만개에서 20만~25만개로 수정했다고 7일 보도했다. 대략 30% 정도 출하 목표를 낮춘 것이다. 연합신문망은 “인텔의 이 같은 출하량 조정은 고객 수요 변동 때문이며 가우디3 생산에 참여하는 TSMC⋅ASE⋅SPIL⋅유니마이크론⋅알칩 등에 대한 주문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우디3는 인텔이 지난 2019년 인수한 이스라엘 하바나랩스와 함께 설계한 3세대 AI 가속기로, 생산은 대부분 대만 내 기업들을 통해 진행된다. 파운드리는 TSMC 5nm(나노미터) 공정을 이용하며, ASE⋅SPIL이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한다. 유니마이크론은 패키지 기판, 알칩은 ASIC(주문형반도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합신문망은 이들 대부분은 고객사가 다변화 되어 있지만 인텔 매출 비중이 높은 알칩의 경우 내년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우디3 수요가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다. 지난 2022년 선보인 ‘가우디2’의 경우 미국 정부가 그 해 10월에 발표한 수출 규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엔비디아 A100⋅H100 수출에는 제동이 걸리면서 중국 내 AI 칩 수요가 가우디2로 몰리는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에 인텔은 TSMC에 가우디2 생산량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우디3는 가우디2가 누렸던 이 같은 반사이익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됐다. 미국 정부가 1년 만인 지난해 10월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안은 각 반도체의 ‘성능밀도'에 따라 결정된다. 성능밀도는 반도체 칩의 총성능을 뜻하는 TPP(TeraFLOPS X Bitlength)를 다이 면적으로 나눈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가우디2의 성능밀도는 6.8로,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신규 규제치 5.92를 넘는다. 가우디3는 아직 실물이 정확하게 계측된 바 없지만 가우디2 대비 신제품임을 감안하면 성능밀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인텔의 중국 매출 비중은 27%로 단일 국가 기준 최대 매출처다. 이런 시장에 가우디3를 출시하는 못한다는 점에서 수요 전망을 어둡게 한다.
여전히 높은 엔비디아의 벽
여기에 엔비디아의 서버용 GPU 시장 점유율은 인텔에게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웰스파고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서버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은 98%에 육박했다. 올해는 점유율이 소폭 빠지겠지만 여전히 94~96% 선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물론이고 인텔 대비 이 시장에 일찍 도전했던 AMD에게도 엔비디아의 벽은 높다.
수요처인 빅테크 기업들이 다소 비용이 높더라도 보수적으로 GPU 업체를 선정하는 관성이 지배하면서 AMD⋅인텔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인텔은 가우디3 전력 효율이 엔비디아 H100 대비 두 배 이상 높고 AI 모델 실행 속도가 1.5배 빠르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검증된 인프라 구축을 원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수요 기업들의 보수적인 투자 집행에 ‘쿠다(CUDA)’ 생태계에 대한 AI 엔지니어들의 선호까지 더해져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