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미국법인이 현지 전동화 차량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오는 10월 조기 가동한다고 지난 18일(현지 시각) 공식 발표했다. 또 여기서 생산하는 첫 차종을 2025년식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5으로 낙점했다. 현대차가 HMGMA 가동 시점과 생산 모델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스카 권 HMGMA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HMGMA에게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며 “지금은 (공장) 건설 마지막 단계로 2025년형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출시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오닉 5에 대해서는 “생산을 개시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차량”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전기차 공장 HMGMA의 양산 시점을 최소 반년 이상 앞당겼다.
HMGMA에서 생산할 2025년형 아이오닉 5는 올해 3월 국내 시장에 출시됐으나 미국에서는 아직 판매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현대차가 선보인 첫 번째 상품성 개선 모델로 84.0킬로와트시(kWh)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를 늘렸다. 미국에서 생산할 아이오닉 5에는 인근 공장을 짓고 있는 SK온이 배터리를 공급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HMGMA에서 현대차 외에도 제네시스, 기아 등 그룹 내 다양한 친환경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고성능 라인(아이오닉 5 N)을 제외한 모든 트림 차량을 이곳에서 만든다.
공장 건설과 가동에 들어가는 예상 투자금액도 당초 55억 달러(약 7조8000억원) 정도였으나, 이후 75억9000만 달러(약 10조5000억원)로 늘어났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하이브리드차도 함께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시설을 개조하면서 투자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HMGMA에서 생산할 추가 차량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이 공장을 착공한 현대차그룹은 당초 2025년 양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미국 내 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 수령에 어려움이 생기자 양산 시점을 올해 10월로 앞당겼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하며, 배터리 부품과 소재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 구매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해 4월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에서 아이오닉5 구매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7500달러 상당의 현금성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인근 SK온 공장에서 공급받아 HMGMA를 가동하면, 현대차는 미국에서 다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차값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현지 전기차 경쟁력이 한층 올라갈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처럼 HMGMA 조기 가동을 추진하게 되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4만8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미국 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11.2%에 달하는 수치로, 역대 현대차 미국 점유율 중 최고치다.
이번에 HMGMA가 첫 양산하는 아이오닉5는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번째 모델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시대를 알렸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최초로 선보인 모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이미 인기가 높다. 실제 지난해 아이오닉5 미국 판매대수는 3만6000여대로 이는 국내 판매량(1만6000여대)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한 지난해 아이오닉5가 가장 많이 팔린 국가다. 올 들어서도 지금까지 미국 내 아이오닉5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고, 지난달에만 82% 급증하며 인기 모델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