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동아시아 13개 테크 기업의 2030년 RE100 비용 편익 효과 분석
AI 열풍 속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

▲2030년 RE100 달성시 기업별 잠재적 온실가스 감축량과 절감비용=그린피스 제공
▲2030년 RE100 달성시 기업별 잠재적 온실가스 감축량과 절감비용=그린피스 제공

 

동아시아 최대 테크 기업인 삼성전자가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면 이 해에만 약 15조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SK하이닉스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국내 주요 첨단 제조 대기업들이 이맘때 RE100 달성시 얻는 경제적 효과도 각각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비롯해 세계적인 ‘탄소세’ 규제로 인한 비용 절감과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화석연료를 줄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용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3일 동아시아 지역 주요 테크 기업인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13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채택할 때 편익이 어떻게 될지 예측한 ‘테크기업 파워게임’ 보고서를 통해 2030년 한해에만 201억2천만 달러(25조4116억원)를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첨단 제조업 대기업들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경제성 평가의 한 방법인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CBA) 기법을 사용했다.

2030년 전력 100% 재생에너지 달성시 13개 동아시아 기업중 환경적·경제적 편익이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서울시 배출량(2021년 4594만톤)의 3배를 넘는 1억6196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2030년 한 해 124억 4500만달러(15조7천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에 포함된 다른 한국기업 3곳의 경제적 편익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18억3천만달러(2조3천억원), 삼성디스플레이는 14억9천만달러(1조9천억원), LG디스플레이는 13억2천만달러(1조7천억원)의 비용 절감이 각각 예측됐다.

세계 첨단 제조업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만 TSMC와 폭스콘은 각각 5억4천만달러(6821억원)와 5억7천만달러(7176억원), 중국 BOE는 6억달러(7513억원)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비용절감 효과를 따져볼 때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재생에너지는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인데다, 탄소 감축을 위한 규제 역시 거세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리앙 동 홍콩 시립대학교 에너지환경학부 박사는 “연구 결과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에게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통념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화석 연료의 대가가 점점 더 커지는 가운데,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는 제조업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기후 대응 및 비용 절감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린피스는 국내 업계와 정부에 신속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LNG발전소 6기 신설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에 입주할 삼성전자에 주목했다. 앞서 정부는 2023년 12월에 열린 제4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의 전력 공급을 위해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지난 5월 31일에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건립 등 추가 전력수요에 대응을 위해 LNG와 원전 위주의 신규 발전소 건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삼성전자가 LNG와 같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기회비용 수십조 원을 모두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TSMC가 계획대로 2040년 RE100을 달성한다면,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단 가동 시점부터 이미 TSMC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 내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삼성전자와 함께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캠페이너는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함께 전력계통 운영 및 전력망 이슈 해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기업 역시 RE100 달성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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