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애플까지 AV1 디코딩 지원
디코딩 이어 인코딩 기술도 AV1 침투
AV1 인코딩 지원하는 AP 늘어날 전망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5’ 시리즈는 ▲3nm(나노미터) 공정 적용 ▲페리스코프 카메라 탑재 ▲티타늄 바디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여러 이정표를 만들었다. 비록 사용자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비디오 스트리밍 기술 차원에서의 큰 전환도 있었다.
애플 아이폰 최초로 ‘AV1’ 디코더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아이폰15다.
구글이 주도하는 무료 코덱 기술 AV1
AV1은 오픈미디어연합(Alliance for Open Media)이 개발한 오픈소스 기반의 비디오 코덱(codec)이다. 코덱은 스마트폰⋅TV⋅셋톱박스 등 영상을 송수신한 뒤, 이를 재생하는 장치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파일 압축 기술을 뜻한다.
원본 파일 그대로 유⋅무선 전송하면 네트워크 부하가 커지고 파일을 주고 받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대부분의 단말기는 코덱을 통해 파일 크기를 줄여 전송받는다. 원본 파일을 압축하는 기술을 ‘인코딩', 압축된 파일을 해제해 재생하는 기술을 ‘디코딩'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스마트폰 및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업계가 주력으로 채택했던 코덱 기술은 방송 전문 압축 표준인 ‘MPEG(Moving Picture Experts Group)’이다. 사실상 모든 스마트폰 AP에는 MPEG 디코더가 장착돼 있다.
이러한 흐름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건 2020년 이후다. 스마트폰 업계는 물론 퀄컴⋅미디어텍 등 AP 제조사들까지 MPEG과 함께 AV1을 디코더로 동반 채택하면서 AV1 진영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엑시노스 2100’부터, 퀄컴은 ‘스냅드래곤8 젠2’, 미디어텍은 ‘디멘시티 1000’시리즈부터 AV1 디코더를 지원했다.
방송 업계가 만든 MPEG과 달리 AV1은 웹 스트리밍 전문 압축표준을 지향한다. 압축률이 MPEG 대비 30% 정도 높고, 무엇보다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된다. MPEG 디코더는 단말기 한 대를 판매할 때 마다 MPEG LA(Licensing Alliance)측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로열티는 대당 수십센트 수준이지만 AP 회사들이 반도체를 연간 수억개씩 출하하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다만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업체들이 2020년을 전후로 AV1 코덱을 받아들인 것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전까지 AV1 채택을 미뤄왔다. 이전까지 AV1이 주력 표준이 아니었던데다 AV1을 개발한 오픈미디어연합의 주요 멤버가 경쟁사 구글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이번에 애플이 AV1을 받아들임으로써 20%에 이르는 iOS 단말기들도 해가 갈수록 AV1 진영으로 편입될 것”이라며 “아이폰15 출시는 MPEG과 AV1 간의 무게 중심이 역전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디코딩 이어 인코딩 기술도 AV1으로
이제 AV1 진영에 남은 과제는 디코딩에 이어 인코딩 영역까지 세를 확장하는 것이다.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필요한 코덱을 모두 갖춰야 하는 디코딩과 달리, 인코딩은 복수의 코덱을 채택해야 하는 유인이 떨어진다. MPEG이든 AV1이든 하나의 코덱만 있어도 동영상을 찍고 전송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인코딩 영역은 디코딩 시장보다 AV1의 진입이 늦을 수 밖에 없다.
이번에도 시장의 주도권을 쥔 AP 업체들이 나선다. 구글은 지난해 출시된 ‘텐서 G3’부터 AV1 인코딩 기술을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퀄컴은 노트북PC용 AP ‘스냅드래곤X 엘리트'부터 AV1 인코딩을 지원한다.
구글 텐서 G3는 ‘픽셀' 스마트폰에 제한적으로 쓰이며, 스냅드래곤X 엘리트 역시 실물로 장착된 단말기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AV 진영을 이끌고 있는 구글⋅퀄컴이 디코더에 이어 인코더까지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저변이 넓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비디오 코덱 기술을 지원하는 IP(설계자산) 업계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코덱 IP는 AP 등 SoC(시스템온칩)에서 특정 블록을 차지하는데, AV1이 디코딩에 이어 인코딩까지 지원하기 위해서는 신규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이 IP는 국내기업인 칩스앤미디어와 중국 베리실리콘, 프랑스 알레그로 3사가 지원한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AV1이 압축 효율이 높은데다 특허 로열티도 필요 없기에 제조사들은 AV1 채택 의지가 높다”며 “디코딩 영역에 이어 인코딩 부문에서도 AV1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