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LFP 배터리에 EPR 적용 추진
LFP 주로 생산하는 중국 규제 효과

EU(유럽연합)에 이어 우리 정부도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에 대해 EPR(생산자재활용책임제) 도입을 추진한다. EPR이 적용되면 LFP 배터리 생산업체가 향후 재활용 책임까지 의무적으로 지게 된다.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에스볼트의 2세대 L600 숏블레이드 LFP 배터리. /에스볼트 제공 
에스볼트의 2세대 L600 숏블레이드 LFP 배터리. /에스볼트 제공 

 

재활용 경제성 낮은 LFP, 제조사가 직접 재활용해야

 

EPR은 제품 제조·수입업체에 제품 폐기물 일정량을 회수·재활용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업체에서 부과금을 받는 제도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에 따르는 경제성이 높다. 굳이 EPR까지 도입하지 않아도 시장논리에 따라 성일하이텍⋅새빗켐 등 수많은 전문업체들이 재활용 물량을 경쟁적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LFP는 이 시장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통상 50kWh 크기의 전기차 배터리 팩 1개를 해체하고 재활용하는데는 1kWh 당 18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는 탈거⋅방전비용(3.2달러), 운반(1.4달러) 등이 모두 포함된다. 50kWh 팩 하나를 전체 재활용하는데는 900달러(약 116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LFP든, 삼원계 배터리든 상관 없이 재활용 이후 거둬들일 수 있는 금속의 가치가 이 수준은 넘어야 한다. 

/자료=SNE리서치
/자료=SNE리서치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1kWh를 해체할 때, 70달러 안팎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재활용할수록 업체에 이득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LFP 양극재 내 금속 가치는 45달러 수준이다. LFP를 재활용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값비싼 재료가 리튬인데, 이 리튬 가격은 올해 내내 곤두박질 쳤다. 

내년에 LFP 재활용에 따른 내재가치를 재산정하면 45달러를 크게 하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리튬값이 폭등하기 전 2020년까지만 해도 LFP 양극재의 금속가치는 1kWh 당 11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배터리 재활용 업체로 하여금 LFP 배터리를 해체할 유인을 크게 떨어뜨린다. 전기차에서 사용 후 폐기된 LFP 배터리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방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환경부가 LFP 배터리에 대해 EPR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EPR이 적용되면 이를 제조⋅수입한 회사가 재활용 의무까지 지게 되므로 재활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EU는 올해 상반기 ‘배터리 레귤레이션'을 발표하고,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책임을 OEM, 즉 완성차 회사가 지도록 했다. 

 

장기적으로 LFP 시장 위축 효과

 

EPR은 장기적으로 LFP 배터리 시장 경쟁력을 저해하는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밀도가 삼원계 대비 낮음에도 불구하고 LFP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는 건 낮은 단가 덕분이다. 그러나 EPR이 도입되면 생산 당시부터 재활용 비용을 산정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재활용 과정에서 부과되는 마이너스를 최초 공급 단가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테슬라⋅현대차처럼 LFP 배터리를 수입해 완성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LFP 도입에 따른 경제성을 재평가 해야 한다. EPR에 따라 LFP 수입업체가 재활용 의무를 지게 되면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차 판매 가격에 전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배터리. /사진=GEM
폐배터리. /사진=GEM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로 크게 늘었다. 2030년쯤 40%까지 더 치솟을 전망이다. 한 배터리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1kWh 당 금속 가치가 25달러는 넘어야 재활용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각국이 LFP에 대해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게 되면 LFP 시장 전망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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