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반도체 회사들, ArFi 사재기

ASML의 3분기 지역별 매출 비중 및 장비별 출하 대수. /자료=ASML
ASML의 3분기 지역별 매출 비중 및 장비별 출하 대수. /자료=ASML

지난 3분기 중국 내 반도체 기업들이 네덜란드 ASML로부터 대규모 노광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반도체 규제 수준을 더 높이기 전에 미리 핵심장비를 확보해 놓기 위한 방책이다. 

18일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3분기 ASML의 중국 내 매출이 24억4000만유로(약 3조5000억원)로 전분기(13억4500만유로) 대비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전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에는 전사 매출의 24%를 점유했었다.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기업들이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노광장비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아직 미국의 금수조치가 본격화되지 않은 ASML의 NXT:1980Di를 대규모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NXT:1980Di는 ArFi(불화아르곤 이머전) 레이저를 적용한 노광장비로, EUV(극자외선) 노광을 제외하면 가장 미세한 패턴을 그릴 수 있는 설비 중 하나다. 비록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NXT:1980Di로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하면 7nm(나노미터)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음을 SMIC가 증명한 바 있다. 업계는 SMIC가 5nm 반도체까지 NXT:1980Di을 이용해 생산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SMIC를 비롯한 중국 내 파운드리 회사들이 NXT:1980Di에 대한 금수조치가 내려오기 전에 서둘러 발주했다는 분석이다. 

ASML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이 회사가 출고한 ArFi 장비는 총 32대다. 이 중 상당수가 SMIC로 인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SMIC가 이미 양산에 참여하거나 내년 2분기까지 양산에 투입할 NXT:1980Di를 총 15대로 관측한다. 

다만 단기에 대규모 장비를 발주한 만큼 내년 이후 ArFi를 포함한 DUV(심자외선) 장비의 대 중국 수출이 원천 봉쇄될 경우, ASML 실적에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날 ASML은 성명을 내고 대중 반도체 추가 수출 규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매출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