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구현 불가능한 풀프레임 CIS 중심
AI, 클라우드 등 스마트폰 기능 가져와
2010년대들어 스마트폰에 산업 생태계를 점령당했던 디지털카메라 산업이 하이엔드 시장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 CIPA(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는 지난해 전 세계서 팔린 디지털카메라의 ASP(평균판매가격)가 8만5000엔(약 82만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지난 3년 전의 두 배 수준이며, 10년 만에 6배 높아진 것이다. 단순히 ASP만 높아진 것도 아니다. 지난해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지난 2020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산업에 압살당했던 디지털카메라는 최근 하이엔드급 제품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게 CIPA의 설명이다.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지난 2008년 1억2000만대, 금액으로는 2조1600억엔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20년 각각 81%, 93% 빠졌다.
삼성전자⋅올림푸스 등이 한때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캐논⋅니콘⋅소니 등과 경쟁했지만, 현재는 사업에서 철수했다. 남은 캐논⋅니콘⋅소니 3사는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풀프레임’ 바디를 통해 시장에서 버텨냈다.
풀프레임(Full frame)은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에 통용되던 35㎜ 규격을 훼손 없이 채용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경박단소해야 하는 특성 탓에 CIS(이미지센서) 크기를 손톱만한 크기로 축소해 카메라 모듈 속에 심는다. 풀프레임 바디는 CIS 크기를 줄이지 않고, 필름 1장의 가로폭(35㎜)과 동일하거나 더 크게 만들어 카메라 속에 탑재한다.
같은 1억화소 CIS라도 센서 크기가 풀프레임쪽이 훨씬 크다 보니 더 높은 퀄리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크기를 줄여 놓은 스마트폰용 CIS는 화소수를 늘릴수록 화소 이외의 기능을 위해 할애해야 하는 면적 비율이 커진다. 사진 결과물이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캐논 ‘EOS R8’ 등 최신 기종 카메라들은 스마트폰에서 구현 가능한 AI(인공지능) 기술을 카메라에 탑재했다. 카메라 스스로 피사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 혹은 일반 정물인지를 판별해 가장 적절한 수준의 촬영조건을 잡아준다. 조리개값⋅셔터스피드 등 사진 품질을 좌우하는 조건들을 사용자가 직접 셋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소니는 자사 카메라에 ‘크리에이터스 클라우드(Creators' Cloud)’ 기능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사진을 찍는 즉시 클라우드상의 플랫폼으로 사진이 전송되고, 이 곳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공유하거나 편집할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에서 활용하는 기능들을 디지털카메라에서도 쓸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는 불가능한 풀프레임 촬영이 가능하다 보니 디지털카메라를 다시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