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지분 100%…CATL이 기술 제공
中, 포드-CATL 제휴에 "기술유출 방지 조사 착수"

▲13일(현지 시각) 빌 포드 포드 회장이 미시간주에 있는 포드 이온 파크에서 열린 행사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에 대한 35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출처 = 포드
▲13일(현지 시각) 빌 포드 포드 회장이 미시간주에 있는 포드 이온 파크에서 열린 행사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에 대한 35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출처 = 포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과 손잡고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포드가 합작 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지만 CATL이 자사 배터리 기술을 제공한다. CATL로선 미국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특히 이번 합작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대중 견제 속에서 나온 인플레감축법(IRA) 규제를 우회하면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소유와 운영을 구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미국으로 CATL의 배터리 기술 유출 방지 조사에 나서 양국간 갈등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포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CATL과 협력해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투자금 35억달러(약 4조4000억원)를 포드가 전액 부담하고, CATL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2026년 가동이 목표이며 연간 40만대 분량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포드는 설명했다. 포드는 “LFP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에 대한 의존도 축소와 포드의 지속 가능한 전기차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포드는 양산 가동에 들어가면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의 LFP 배터리 생산능력이 35기가와트시(GWh)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는 올해부터 머스탱 마하-E SUV, 내년부터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LFP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양사의 합작은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포드와 배터리 공급 확대를 노린 CATL의 이해 관계가 일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LFP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니켈·코발트·망간계(NCM)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작의 목표는 전기차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라며 “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기술”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포드와 CATL의 이번 합작이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견제에도 이뤄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 내 생산과 배터리 광물 및 부품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를 제정했다. 이는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포드와 CATL은 이를 우회 시도했다. 소유와 운영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협력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작을 통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이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국내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에 따른 중국 배제로 반사이익을 기대했다. 중국 업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내 배터리 3사만이 전기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국내 배터리 3사가 폭넓은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던 배경이다. 그러나 배터리를 더 싸게 구매하려는 미국 완성차 회사와 중국 배터리 업체 간 협력 시도에 새로운 대응 전략을 짜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지금까지 포드는 SK온과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왔다. 테네시 공장은 2025년, 켄터키 공장은 2026년 가동에 들어간다. LG엔솔과는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합작을 통해 포드는 올해 말까지 전기차 연간 생산규모를 60만대로 확대하고, 2026년 말까지는 이를 20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CATL과의 협력은 그동안 이어져온 전기차 산업에서 한미간 협력관계에 향후 미묘한 균열도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CATL과 합작을 발표한 이튿날 포드는 주력전기차 모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결함 사유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배터리(이차전지) 탓’이라고 발표한 포드의 이례적 행보가 CATL과의 협력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CATL의 기술 유출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CATL의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포드와의 합작 계약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와 CATL의 계약은 그 중요성과 미·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국가 차원의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 정부는 이번 포드와 CATL의 계약이 중국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 반기면서도 CATL 기술에 미국 업체가 접근하거나 직접 제공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 핵심 지도부가 양국의 지정학적 긴장과 이번 협상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고강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조사의 세부 일정이나 방식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 미국과 대결 국면에서 중국 당국의 제재 대상이 된 미국인들이 이번 합작 계약에 관여하고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예정이다. 중국의 제재 대상으로는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진, 보잉과 레이시온 경영진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중국의 보복성 조치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당국의 포드-CATL 조사로 인해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이미 실무 차원의 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사안의 중대성 등으로 인해 추가 조사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