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공전했던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

▲지난 17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가 열렸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지난 17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가 열렸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기업들의 오랜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이하 연동제) 도입 논의가 본 궤도에 올랐다. 지난 16일 정부가 올 하반기 연동제 시범 운영 등을 담은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자 마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대‧중소기업 첫 회의를 열고 속도전에 나섰다. 정치권도 일제히 연동제를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에 나서기로 해 지난 2008년 처음 공론화한뒤 14년간 지지부진했던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가 마침내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영, 이하 중기부)는 지난 17일(금) 동반성장위원회(서울 중구)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업계가 참여하는 첫 ‘납품단가 연동제 전담조직(TF) 대·중소기업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는 중기부 장관 주재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업계의 현장감 있는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합리적인 제도화를 위해 업계가 합심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영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 14년간 중소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공전만 해왔다”며, “이제는 함께 상생의 문을 열어야 할 때이며, 중기부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느 한쪽이 희생하지 않는 상생의 모형(모델)이 마련돼야 하고, 납품단가 연동제가 불필요한 규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레미콘‧철강‧플라스틱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여해 업계의 현황과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LG전자 등 대기업의 참석자들은 자체적으로 협력업체들과 실행하고 있는 납품단가 연동 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사업자와 하청업체간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도입이 논의됐지만 시장원리 훼손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대안으로 지난 2009년 마련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도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조정협의 신청을 기피해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다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연동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원재료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47.6%가 오른 반면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의 67.0%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으로 연동제를 꼽았다. 나아가 기업 55%는 아예 법제화를 통해 연동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기업 간 자율로 연동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3%에 그쳤다.

중기부는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우선 납품단가 연동제를 정밀하게 설계하기 위한 전문가 참여 전담조직(TF) 회의를 개최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 전에 납품단가 연동 조항이 포함된 표준약정서와 안내서(가이드북)을 작성·보급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납품단가 연동 시범운영을 실시해 사례 확산에 나서는 한편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유인책(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다수 발의된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법률개정안의 논의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서 업계 등 현장의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다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아직도 연동제 반대의 목소리는 있다.

우선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납품단가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연동제 도입시 대기업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국내 중소업체와 거래를 끊고 해외 업체와 손을 잡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일 공개한 ‘연동제 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해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면 국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대기업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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