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 내부에 지문인식 모듈을 삽입하는 ‘인(in)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양산 적용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당초 올 가을 출시될 ‘갤럭시노트9(가칭)’ 첫 탑재가 유력했으나 한 세대 미뤄 내년 상반기 프리미엄 모델부터 탑재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과 함께 애플의 3차원(D) 안면인식 기술까지 개발중이어서 향후 두 기술 간 생존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반년 연기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가을 출시될 갤럭시노트9에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을 적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신 갤럭시 시리즈의 지문인식은 올 연말까지 종전처럼 기기 뒷면에 지문인식 모듈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말 양산, 2019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10(가칭)’에는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을 첫 적용키로 잠점 확정했다. 


당초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9에 적용키로 했던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은 초음파를 이용한 기술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후면 특정 영역에 초음파 송수신 모듈을 심어 사용자의 지문을 인식하는 게 골자다. 화면 뒤에서 쏘아진 초음파가 지문을 맞고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해 패턴을 인식한다. 


초음파 칩은 미국 퀄컴이, 이를 센서 모듈로 만드는 작업은 중국 오필름이 각각 담당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이 완료된 OLED 뒷면 중앙에 보호필름 일부를 깎아내 초음파 모듈 심는 자리를 확보한다. 디스플레이 내에 센서 모듈이 장착되는 만큼, OLED 두께가 얇을수록 인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의 양산 적용을 반년 정도 연기한 것은 퀄컴-오필름으로 단일화된 후방 공급사슬을 다원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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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이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의 스마트폰에 장착한 초음파 방식의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퀄컴




프리미엄 모델에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모듈이 적용되면, 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를 합쳐 최소 연간 6000만대 정도 수급해야 한다. 이를 퀄컴-오필름 두 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공급 안정성은 물론, 판가 협상 측면에서도 크게 불리하다. 


6개월 정도 시간을 벌고 기존 협력사들이 개발에 나서면 내년 초에 바로 공급하기는 어려워도 내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공급사를 추가할 수 있다.



후보 기술 개발 중인 삼성전자, 과도기 기술 될까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이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세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생체인증의 다른 종류인 3D 안면인식 기술도 병행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D 안면인식은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X’ 출시와 함께 처음 선보였다. 


3만 가닥의 적외선 레이저 빔을 안면에 순간으로 조사하는 ‘도트 프로젝터(Dot Projector)’와 내부의 ‘수직캐비티 표면광방출 레이저(VCSEL, 빅셀)’가 핵심 부품이다. 애플은 빅셀을 미국 루멘텀과 피니사에서 공급받는다. 


삼성전자는 빅셀을 삼성전자 LED사업팀에서 내재화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이를 빠르면 내년 가을 출시되는 스마트폰부터 양산 적용한다는 목표다. 


다만 내년 초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을 양산적용키로 한 삼성전자가 한 스마트폰에 3D 안면인식까지 동시에 적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생체인증이라는 목표가 겹치는데다, 두 기술을 모두 적용하기에는 생산 원가가 지나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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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셀을 탑재한 광모듈. /빅셀마켓




따라서 내년 가을까지 두 기술의 시장성을 평가한 이후, 둘 중 하나를 도태시킬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인 디스플레이 기술이 장기적으로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인 디스플레이가 단순히 지문인식 기능에 그치는 반면, 3D 안면인식은 향후 증강현실(AR)용 디바이스로 활용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아이폰의 증강현실 구현을 위해 3D 안면인식 모듈을 기기 후면에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애플의 3D 안면인식 기술을 검토한 뒤 내부적으로 크게 동요했다”며 “생체인증만 가능한 인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에 매달려왔던 삼성전자로서는 한 발짝 뒤처진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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