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차기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공급사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과 박종석 LG이노텍 사장과의 엇갈린 운이 재조명됐다.

 

당장 올해 LG이노텍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장 자리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이웅범 사장은 LG이노텍에서 LG화학으로, 박종석 사장은 LG전자에서 LG이노텍으로 부임했다.

 

 

LG이노텍 카메라, 애플 의존도 60~70%

 


photo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진 왼쪽)과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각 사 제공

현재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사업의 애플 의존도는 60~7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카메라 모듈 매출이 3조 23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애플에서 올리는 매출이 2조원을 넘는다는 뜻이다.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LG이노텍이 애플 의존도를 계속해서 높여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룹 내 캡티브 마켓인 LG전자 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 사업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지난해 LG전자 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5970만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2억4000만대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11년 경상북도 구미 공장에 애플 전용 생산라인까지 구축하면서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생산에 매진해왔다.

 

증권 업계서는 LG이노텍이 아이폰 신규 모델 물량을 받아 오지 못하면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LG이노텍 영업이익이 2237억원 중, 카메라 모듈이 186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LG전자 G5가 예상외의 선전을 하고 있지만, 애플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LG이노텍이 올해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이웅범⋅박종석 사장, 엇갈린 운명


LG전자 MC연구소장, MC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처음으로 휴대전화 부품 계열사 수장으로 부임한 박종석 사장 입장에서는 이번 애플 공급사 탈락이 예상치 못한 난관이다.

 

그동안 LG이노텍은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내며 순항 중이었다. 특히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은 북미 시장을 비롯해 고객사가 55개를 돌파하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캐시카우 사업이던 카메라 분야서 애플 비중이 크게 줄어들면,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향후 투자 여력도 바닥날 수 밖에 없다.

 


photo
▲애플 아이폰. /애플 홈페이지 캡처

반면,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은 이 모든 어려움에서 벗어나, 그룹 신성장동력에 속하는 배터리 사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만약 LG이노텍 대표이사직을 연임했다면 오롯이 스스로 돌파해야 할 난제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종석 사장은 애플 카메라 모듈 공급사에서 탈락한 게 본인 책임은 아니라고 해도 대표이사로서는 곤혹스러울 만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