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옴코리아 수원·구미사무소 철수… 역성장 부품사 속출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지 2년여가 지나면서 견고하던 국내 부품 공급망(Supply chain)도 축소되고 있다. 한국에 지사를 둔 외국계 업체들은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국내 업체들은 역성장한 사례가 속출했다.  


▲애플은 아이폰X(사진)가 흥행에 실패하자 협력사에게 발주 중단을 통보했다./애플 홈페이지


외국계 부품사, 한국지사 감축 나서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는 5년 전만해도 전체 지사 중 3위 안에 들 정도로 매출이 견조했지만 모바일 시장 부진으로 타격을 받았다. 


결국 2013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오던 권오주 지사장은 4년만에 자리에서 물러 났고, 2016년 우다가와 마사카즈 지사장이 취임했다. 이 회사는 수원, 구미에 있던 사무소도 정리, 현재는 서울 본사와 창원 사무소만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체 지사 중 최하위권에 그쳐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고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부품 업체 지사장은 해당 국가의 영업을 총괄하기 때문에 고객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잘 교체되지 않는 편”이라며 “권오주 사장과 함께 한국 연구개발(R&D) 센터 소장과 세일즈 담당 임원들도 여럿 물러났다”고 말했다.


모바일 전력관리반도체(PMIC) 매출 중 삼성에 공급하던 물량이 가장 컸던 맥심인터그레이티드코리아는 삼성전자가 PMIC를 내재화하면서 공급량이 줄어들자 지난해 한국에 있던 반도체 디자인센터를 폐쇄하고 인력을 한국 지사와 본사로 분산 배치했다.


외국계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할 때는 삼성전자가 회사 자체의 최대 고객사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모바일 담당 영업 인력들도 자동차나 사물인터넷(IoT) 솔루션, 산업용 솔루션 쪽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날개 꺾인 스마트폰 시장


“3~4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그 해 스마트폰 예상 출하대수가 시장과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는데, 요새는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2015년부터 성장세가 하락하기 시작,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애플도 ‘아이폰X’ 흥행에 참패했다. 애플이 지난해 부품 업체에 내놓은 아이폰X의 연간 예측 물량은 9500만대였지만, 실 발주량은 5600만대 분량에 그쳤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및 성장률 추이.(단위: 백만대, %)/IDC, KIPOST 재구성


올해와 내년은 작년보다 낫다지만 그 중 국내 업체들에 돌아오는 수혜는 얼마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부품업계에 제시한 올해 스마트폰 예상 물량은 2억950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출하 물량(3억1730만대)보다 적다. 


최대 수요처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 하락하고 있는 반면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중국 부품사들도 업계의 경쟁 상대다. 이전에는 가격만 내세우던 중국 부품사들은 이제 기술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8의 전면 카메라 모듈 공급사로 중국 오필름을 신규 승인했고, 삼성전자는 올 초 갤럭시노트8의 디스플레이 내장형 지문인식 공급사로 퀄컴-오필름 연합을 택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중국 업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 역성장이 절반


지난 2013년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스마트폰 부품 업계는 이후 계속 실적이 하향세다.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 


KIPOST가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국내 스마트폰 부품 상장사 22개사의 2013~2017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절반인 11개사가 연평균성장률(CAGR)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KH바텍, 에스맥은 연평균 각각 19%, 26% 역성장했다. 에스맥의 매출은 지난 2013년 5565억원에서 지난해 1682억원으로 급감했다.


▲역성장한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체들의 연간 실적 추이./전자공시시스템, KIPOST 취합


매출액 자체가 줄어들면 설비 투자나 신사업 추진에 대한 여력도 사라진다. 


지금까지 모바일 부품 업계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투자를 집행해왔다. 거액의 설비투자를 해도 6개월~1년 내 매출이 들어왔으니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설비투자를 해도 그만큼 매출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물량과 품질, 가격 어느 하나도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 듀얼카메라처럼 기술 난이도가 높은 부품은 수율에,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부품은 가격 경쟁과 단가 인하 압력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모바일 부품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게 모바일 시장”이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투자를 주저해 결국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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