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을 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애플이 ‘아이폰8’에는 이 기술을 채택하지 않아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지는 아이폰8은 전면 전체에 매끈한 커버유리를 적용해 디자인은 개선했지만 보안 기능을 지문인식 대신 3D 안면 인식으로 대체했다. 

애플은 올해 내내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을 도입하기 위한 기술 검토를 해왔지만 결국 딱 맞는 솔루션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노트8’에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센서 적용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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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8 유출 이미지. /포브스 

 

 유전률 문제 푸니 센서-커버간 평행도가 발목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은 디스플레이에서 내는 빛을 이용하는 광학식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OLED가 내는 빛이 지문을 따라 반사되는 거리를 측정해 지문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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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식 지문인식 원리. /KIPOST

 

정확하게 위치를 측정하려면 3점 이상의 경로를 확인하고 보정하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준점은 평면상에 위치해야 한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간 확보가 필요해 점점 얇아지는 스마트폰 두께를 감안했을 때 원하는 성능을 얻기 쉽지 않다.


디스플레이 전체 커버유리와 센서 모듈의 평행도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에 속한다. 센서의 기울기가 바뀌면 뒤에서 쏘아주는 빛의 밝기가 달라지고, 거리를 측정하는 데 왜곡이 생긴다. 이 때문에 센서와 지문간 평행도가 중요한데, 직경 1cm 내외의 홈버튼과 달리 디스플레이 전체의 평행도를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커버유리와 디스플레이 사이를 메워주는 광점착필름(OCA)이나 광점착재(OCR)의 균일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전용량 기술, 주파수차 극복 못해

광학식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기술은 정전 방식이다. 터치스크린패널(TSP) 기술과 유사해 이론적으로만 보면 구현하기 쉽다. 

하지만 센싱 감도를 일정 수준 이상 얻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남았다. 센싱 능력은 센서와 지문과의 거리, 중간 매개 소재의 유전률에 따라 달라진다. 

감도를 높이려면 커버유리를 포함한 센서 패키지 높이가 50마이크로미터(μm) 이내로 낮아야 하고, 유전률은 공기(air)보다 높아야 한다. 커버유리의 특정 부분을 깎아 두께를 얇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지만 잘 깨질 수 있어 내구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업계는 유리보다 얇게 제조할 수 있고, 잘 깨지지 않고, 유전률까지 높은 소재를 이미 발굴해 스마트폰에 적용한 바 있다. 애플이 아이폰 홈버튼에 적용한 사파이어다. 하지만 커버유리에 비해 가공이 어렵다는 점, 재료 자체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 때문에 애플도 전면 디스플레이 커버 소재로 사파이어를 사용하는 전략은 폐기한지 오래다. 대신 업계는 강화유리 위에 지르코늄 코팅을 해 유전률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두께와 유전률 두마리 토끼를 잡았어도 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주파수 문제다. 

국내 크루셜텍이 선보인 터치센서 일체형 모듈을 예로 들면, x∙y 좌표를 인식하는 일반적인 터치 센서와 달리 이 회사는 터치스크린패널(TSP)의 영역을 조밀하게 쪼개 각 셀을 하나하나 컨트롤 하는 매트릭스 스위칭(MS)-TSP를 선보였는데, 일체형 지문인식 센서에 이 기술을 응용했다. 지문인식이 필요한 부분에 전극을 집중 배치해 감도를 높이기 때문에 광학식보다 구현하기 간단하고, 제조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특정 위치가 아닌 전면 적용은 어렵고, 무엇보다 TSP와 지문인식 센서의 주파수 차이 때문에 센서 개발이 어렵다. TSP는 수백kHz 대역을, 지문인식센서는 M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차이가 큰 주파수를 컨트롤 하는 기술은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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