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가 기대됐던 전자파 간섭(EMI) 차폐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확산되고 있다.  EMI 차폐는 반도체에서 뿜어져 나온 전자파가 인접 반도체에 흡수, 이상동작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인쇄회로기판(PCB)이나 커넥터에 제한적으로 EMI 차폐 처리를 했지만, 애플은 지난 2012년 이후 반도체 각각에 EMI 차폐 처리한 제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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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생산한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제공




스마트폰 ‘트렌드 세터’ 애플의 전략



EMI 차폐 기술이 반도체 시장에서 화두가 된 것은 애플이 관련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부터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폰5’ 무선주파수(RF) 칩과 낸드플래시에 처음 EMI 차폐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해 가을 출시된 ‘아이폰7’은 기기 내 반도체 3분의 2 가량에 EMI 차폐 기술을 도입했고, 올 가을 신제품은 대부분의 반도체를 EMI 차폐 처리할 계획이다.


연간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신기술을 주도해온 애플이 EMI 차폐 수요를 늘리자 관련 업계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기존 EMI 차폐 장비인 스퍼터 방식에, 비교적 저렴하게 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스프레이 장비까지 개발됐다. 스퍼터 장비는 EMI 차폐 재료에 물리력을 가한 뒤, 재료가 낙하하는 힘으로 반도체 표면에 박막을 형성해준다. 스프레이 장비는 디스펜서 장비를 응용, 빠르게 EMI 차폐막을 입혀주는 방식이다.


업계서는 2015년 연말부터 EMI 차폐 장비 분야서 대규모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스프레이 장비 한 대씩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 업체들 역시 소수의 스퍼터 장비만을 들여 놓았다.


Image 1/1: Apple A10 Fusion APL1W24 SoC + Samsung 2 GB LPDDR4 RAM (as denoted by the markings K3RG1G10CM-YGCH)

▲아이폰7 내부. 한쪽면에만 6개의 EMI 차폐 처리된 반도체(은색)가 보인다.  /iFixit




“애플 제외하면 EMI 차폐 수요 크지 않아”



EMI 차폐 시장이 당초 기대 대비 더디게 성장하는 것은, 애플을 제외하면 아직 스마트폰 세트 업체 중 EMI 차폐 처리된 반도체를 원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와이파이 모듈 등 일부에만 EMI 차폐 처리를 도입했으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아직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EMI 차폐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1개 라인 당 스퍼터는 20억원선, 스프레이는 1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 각 라인에서 스퍼터는 월 360만개(1cm² 다이 기준), 스프레이는 520만개 정도의 EMI 차폐 처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EMI 차폐 라인을 꾸리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억원 이상의 투자가 동반된다.


OSAT에 외주를 맡기더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1개당 300원의 비용을 들여 EMI 차폐 공정을 수행한 바 있다. 1억개의 낸드플래시를 공급한다면 EMI 차폐 비용으로만 300억원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Image 1/1: Qualcomm [https://www.qualcomm.com/news/releases/2016/02/11/qualcomm-announces-mobile-industrys-first-gigabit-class-lte-modem |WTR5975|new_window=true] RF transceiver

▲삼성전자 갤럭시S8 플러스를 분해한 모습. 와이파이 모듈(오랜지색)에만 EMI 차폐 처리를 했다. /iFixit 




이처럼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고객사에서 느끼는 EMI 차폐 효용은 크지 않다. EMI에 의한 기기 오작동이 워낙 예외적으로 일어나는데다, 오작동이 일어난다고 해도 심각한 결함이 발생할 정도의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오작동 방지 목적 보다 칩 간 거리를 좁혀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고, 추가 배터리 공간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EMI 차폐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EMI 차폐 처리를 하면 반도체들이 서로를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더 오밀조밀하게 내부를 설계할 수 있다.


오른쪽이 EMI 차폐를 실시한 반도체의 노이즈 테스트 결과. 모두 파란색으로 전자파가 방출되지 않는다. 아래쪽 노이즈 스펙트럼 그래프로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는 스프레이 방식으로 EMI 차폐 공정을 수행한다.

▲EMI 차폐 처리를 하지 않은 반도체(왼쪽)과 EMI 차폐 처리한 반도체의 노이즈 테스트 결과. 



이 때문에 OSAT 업계서는 EMI 차폐 처리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펙보다는 일종의 ‘서비스’ 개념으로 제공하고 있다. EMI 차폐 처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물량 수주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스마트폰 업계 큰손들이 EMI 차폐 수요를 늘려야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EMI 차폐 장비를 들여다 놓아도 이를 원하는 고객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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