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 폼펙터의 종착점으로 불리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는 폴리이미드(PI)다. 그러나 기존 PI는 노란색을 띠는 탓에 광효율이 떨어진다. 투명한 PI, 즉 CPI(Colorless Polymide)가 등장한 이유다. CPI는 PI의 물성을 유지하면서 투명하게 만든 신소재다. 

 

과거 우리나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해도 핵심 소재는 일본 등 외산에 의존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도 핵심 소재 중 상당 부분은 외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만 CPI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소재다. 향후 CPI가 유리를 대체할 경우 몇 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기업이 CPI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PI가 매력적인 소재인 만큼 국내 업체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SKC와 코오롱은 SKC코오롱PI란 합작사를 설립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CPI 상업화를 놓고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photo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전자 재료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코오롱 공식 블로그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 세계 처음 CPI 양산 발표

 

 

얼마 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 양산 설비 구축을 위해 900억원을 투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건물 및 부지를 빼고 순수 설비 투자비만 900억원 이상 투입된다. 이번에 투자한 설비로 100만 제곱미터 규모 CPI를 양산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8년 상반기 안에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첫 해 2000억원 수준의 보수적인 매출 목표를 제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 개발에 착수한 후 양산을 결심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총 개발비만 600억~700억원이 투입됐다. 오너의 의지와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장기 프로젝트였다. 

 

과거 해외 기업과 특허 소송에 휘말린 만큼 이번에는 원천 기술 및 원재료부터 꼼꼼하게 특허망을 촘촘하게 짰다. 200여개 CPI 관련 특허를 출원, 등록해 진입장벽을 구축했다. 

 

폴리머 단량체(모노머)는 국내외 업체와 공동 개발했고, 하드코팅 재료는 자체적으로 만들어냈다. 

 

현재 CPI 개발에 힘쓰고 있는 회사는 일본 미쓰비시, 스미토모 정도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이들 업체와 최소 3~4년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 ‘퍼스트 무버’로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고, 규모의 경제 효과로 수익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PI 생산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직접 담당하기로 했다. SKC코오롱PI에 일체 CPI 기술 이전이나 생산을 맡길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photo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CPI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홈페이지 캡처

 


 

SKC, 코오롱인더스트리보다 양산성 뛰어난 CPI 개발 주장

 

 

SKC가 얼마 전 실적 발표 행사에서 CPI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산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CPI 양산 투자 발표 행사에서 미쓰비시 등 해외 경쟁사들도 3년 이상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힌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게 되기 때문이다. 

 

SKC는 심지어 코오롱인더스트리 CPI보다 양산성이 뛰어나고, 투명도 등 성능도 더 좋다고 설명했다. 

 

SKC는 연구실에서 오랫 동안 CPI를 개발해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 양산을 위해 신규 설비를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SKC는 기존 PI 필름 라인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코오롱인더스트리 대비 투자 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라인당 투자비는 400억~500억원 수준이다. 중합(폴리머라이제이션) 설비만 새로 구축하면 돼 6개월 안에 양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현재 SKC는 연구소 단계에서 CPI 물성 확인을 완료했다. 투명도, 표면 경도 등은 코오롱인더스트리 CPI보다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다만 복원성이 떨어지는 점은 약점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2만번 접었다 펴도 복원력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SKC가 만든 제품은 12만번을 넘어서면 복원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SKC는 자사 CPI의 양산성이 좋고, 투명도 등 일부 성능도 뛰어난 만큼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SKC는 올해 말까지 설비 테스트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CPI 샘플 테스트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밝힌 본격 양산 시점보다 빠르다. 

 

생산은 관계사인 SKC코오롱PI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기존 SKC코오롱PI 설비를 이용해 시간과 위험을 줄이고, 제품 양산 시점도 앞당긴다는 복안이다.

 

SKC코오롱PI 입장에서도 고부가 CPI 제품을 확보함에 따라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photo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자 재료 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홈페이지 캡처

 

 


 

SKC-코오롱인더스트리, CPI가 갈등의 불씨될까

 

 

CPI 양산 계획을 두고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크게 한 방 먹은 상황이지만, SKC코오롱PI 합작사를 감안해서라도 대응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앞으로 양사간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원래 SKC코오롱PI 합작사를 만들 때 CPI는 각자 개발하기로 협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SKC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CPI는 각자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었다고 밝혔다

 

향후 CPI 시장 개척과 판매에서 서로 자유롭다는 해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CPI와 PI는 엄연히 다른 제품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술 측면에서뿐 아니라 영업에서도 두 회사는 번번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부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은 아직 파일럿 라인도 없는 SKC가 연말까지 CPI에 코팅까지 완료된 롤 형태 최종 제품을 납품한다는 내용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파일럿 라인 구축 후 몇 년만에 양산을 결심한 CPI를 SKC가 너무도 쉽게 양산 기술을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SKC가 지난 분기 실적 부진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CPI 양산 계획을 이용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하지만 국내 대표 소재 업체인 SKC가 근거도 없이 공식적으로 양산 계획을 발표했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SKC가 파일럿 라인 검증도 없이 CPI 양산 발표를 한 점은 다소 의문이 남는다. 소재 사업은 상업화하기까지 여러 개의 허들이 존재한다. 

 

상당수 제품이 허들을 넘지 못해 실패하기 일쑤다. 삼성, LG도 지난 2~3년간 CPI 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자체 개발해왔지만, 신뢰성 테스트를 넘지 못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