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술 무작위로 카피...특허 비용 거의 안 들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후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는데 가장 공들인 분야가 바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는 연산・그래픽처리・RF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LG전자도 뒤늦게 자체  AP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부터 중국 내에서 모바일  AP를 설계해 제공하는 회사가 굉장히 늘었다. 화웨이 같은 기업이야 그렇다쳐도 락칩・올위너 등 생소한 이름의 팹리스 업체들까지  AP를 만들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 AP보다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중국 내 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이다. 세계적인 전자회사 삼성・LG조차 오랜 기간에 걸쳐  AP를 개발했는데, 중국 업체들이 그토록 쉽게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바로 특허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모바일 AP를 개발하려면 상당히 많은 설계 자산이 투입된다. 막대한 금액을 해외 칩 설계 업체에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고, 경쟁사 특허는 겹치지 않도록 회피해야 한다. 특허 자체가 진입장벽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핵심 특허를 보유한 해외 칩설계 업체를 인수하고, 특허만 별도 구매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중국 로컬 업체들은 제대로 라이선스를 맺고 AP를 개발하는 경우가 드물다. 해외 칩 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중국인은 자국에서 회사를 만들고, 무작위로 특허를 가져다 쓴다. 특허 진입 장벽이 사실상 없다. 글로벌 기업이 중국 내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조차 소액의 벌금 수준에서 끝난다. 

 

정식 라이선스를 맺더라도 턱 없이 적은 로열티를 지급한다. 예를 들면 실제로 1000만개  칩을 생산했더라도 10만개만 만들었다고 속여 통보하는 방식이다. 해외 기업이 중국 기업의 이 같은 부정행위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행위가  AP뿐 아니라 스마트폰・TV・가전 등 세트 제품 및 소재・부품・장비 시장에 걸쳐 발생한다. 특허 침해 공격을 신경쓰지 않고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기술과 노하우,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화웨이・샤오미처럼 자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은 뒤늦게 특허 자산 등을 확보해 공격에 대비하기도 한다. 



▲ 세계 드론 시장을 장악한 중국 제품 / DJI테크놀로지 홈페이지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정립...샤오미, DJI테크놀로지의 창조적 파괴

 

중국산 제품 가성비의 원인이 부정적인 방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기업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가성비를 구현하기도 한다.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등 기기 판매로 이익을 내지 않는다. 적자만 내지 말자는 기조다. 일단 샤오미 스마트폰을 널리 보급한 후 액세서리와 앱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 네트워크 경제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기존 스마트폰 업체들 중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비즈니스 모델이다. 

 

마케팅비도 거의 지출하지 않는다. 대다수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동통신사 보조금과 유통 업체 마케팅비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샤오미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철저히 온라인 판매를 고수한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해 몇 분 안에 준비된 제품은 늘 완판된다. 

 

협력사에 정확한 소재・부품 조달량을 알려주고 재고 부담을 덜어주되 납품 가격은 깎는다. 통상 소재・부품 업체들은 고객사의 들쭉날쭉한 주문량 탓에 상당한 고정비를 지출한다. 

 

예를 들면 제품이 잘 팔릴 때는 고객사 독촉으로 직원을 필요 이상으로 뽑고,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한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을 때는 고용한 인력과 재고 부담은 엄청난 비용으로 돌아온다. 대규모 투자한 설비투자 감가상각도 문제다. 국내 업체들이 적자를 내면서도 소재부품을 판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샤오미 협력사는 이런 위험 부담이 없다. 

 

샤오미처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엄청난 가성비를 달성한 중국 루키 기업은 지금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드론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DJI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과거 국방 등 제한적으로 사용됐던 드론을 일반인들도 구매할 수 있도록 가능케 한 주인공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중 촬영 장면 대부분은 DJI테크놀로지 제품이 담당한다.

 

이 회사는 지난 9년간 11개 드론을 출시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출시한 세계 최초 항공촬영 드론 '팬텀 1'은 획기적인 제품이다. 

 

기존 항공촬영 무인이동체와 달리 회전날개가 4개 달린 쿼드콥터다. 드론의 기술적 제한을 넘어섰고, 원가도 대폭 줄였다. 조립과 조작도 쉬워 드론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무인기 사용 허가를 받은 129개 미국기업 중 61개 기업이 DJI테크놀로지 제품을 사용한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