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애플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전략은 여러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분야서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던 LG디스플레이 외에 삼성디스플레이를 먼저 끌어 안았다는 점에서 애플의 중요한 기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치열하게 경쟁해온 애플은 그동안 의도적으로 AM OLED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배제해왔다.

 

▲ Apple iPad Pro. /Apple 제공
 

 

LG디스플레이⋅JDI 만으로는 아이폰에 AM OLED 적용 어려워

 

애플이 AM OLED를 아이폰 등에 적용키로 한 시점은 2017년이다. 애플은 현 시점에서 중소형 AM OLED를 대량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은 삼성디스플레와의 협력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역시 AM OLED를 양산 중이지만, TV에 쓰이는 중대형이거나 애플워치에 들어가는 소형 제품 위주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AM OLED는 박막트랜지스터(TFT)로 옥사이드(산화물)를 사용하는데, 애플이 필요한 중소형은 TFT로 저온폴리실리콘(LTPS)을 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옥사이드 TFT는 고화질 화면 구현(전자이동도) 측면에서 아직 LTPS에 못 미친다.


발광층의 형광체 역시 다르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이 백색 하나만 쓰이는 것과 달리, 애플이 필요한 중소형은 적녹청(RGB)을 모두 사용한 제품이다. AM OLED 생산 공정 중 수율이 가장 낮은 과정 중 하나가 형광체 증착이다. 절반 정도의 형광체가 폴리이미드(PI) 기판에 달라 붙지 않고 탈락하는데, 형광체 종류가 바뀌면 공정 기술 역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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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JDI의 AM OLED 생산라인 현황. 노란색으로 표시된 이시카와 라인이 양산용이다. / KIPOST


 

일본 JDI도 AM OLED 라인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폰에 들어갈 만한 중형 크기 패널을 대량 양산해 본 경험은 없다. 현재 이시카와 공장에 4세대(730mmx920mm) 크기의 양산라인 한 개만 운영하고 있다. 이시카와 공장은 기판이 휘지 않는(리지드) AM OLED 라인으로, 애플은 휘는(플렉서블) AM OLED를 적용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맞지 않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구미 ‘E5’ 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에 들어갔고, JDI 역시 애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시카와 공장에 신규 라인 구축에 들어가는 등 플렉서블 AM OLED 증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AM OLED 장비 반입에 6개월, 양산 안정화에 최소 6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LG디스플레이⋅JDI만으로는 2017년 하반기까지 월 1500만개의 아이폰용 AM OLED를 수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힘빠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애플의 느슨해진 경계심

 

애플이 이례적으로 삼성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 나선 건, 이제 스마트폰 분야서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가 느슨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S4’ 단일 모델만 연간 4500만대(누적 6200만대) 판매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대등한 경쟁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갤럭시S5 판매 부진에 이어 최근 갤럭시S6 판매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는 화웨이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안드로이드 진영 맹주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이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대한 견제보다 AM OLED를 통해 화웨이⋅샤오미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조기에 뿌리칠 필요성이 더 클 수도 있다.


최근 중국 화웨이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리지드 AM OLED를 구매해 ‘넥서스6P’를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 판매 6개월을 앞두고 약 9000만개의 부품을 선주문 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2017년 월 1500만개의 AM OLED를 수급해야 한다”며 “애플은 세계적으로 AM OLED가 월 3000만개 정도의 생산능력이 되어야 구매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업계 설비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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