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으로 좋은 선례를 남기지 못하던 삼성전자가 최근 잇따라 M&A 성공작을 내놓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빠르게 제품화 시키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들이 핵심 보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외부인이 섞이기 힘들던 삼성 문화가 변하는 조짐도 보인다. M&A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면서 기존 공급망과는 다른 차원의 선순환 생태계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페이’, ‘IoT 허브’ 핵심 기술 M&A로 확보


과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해외기업을 M&A 하면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삼성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업체들을 무리하게 편입시키려다 실패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화합물반도체 업체 HMS, 팹리스 업체 IGT가 대표적이다. M&A 직후 핵심 직원들이 빠져나가 기술 확보가 어려웠고 결국 막대한 M&A 비용만 들었다. 지난 2014년에는 무선통신반도체 전문 업체 CSR를 2년만에 도로 매각했다.  CSR 기술을 응용, 통신기능을 시스템온칩(SoC)으로 통합하기 위해 조직된 M&C사업부도 공중분해됐다. “역시 삼성 M&A는 힘들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 간편한 사용성과 강력한 보안성을 갖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를 선보이는 모습



최근 삼성전자는 M&A를 통한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를 선보이면서 삼성페이를 상용화했다.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특허 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한지 6개월만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쓰는 ‘애플페이’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점의 판매시점관리(POS) 단말기를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확산이 느렸다. 반면 삼성페이는 매장에서 이미 쓰고 있는 카드결제단말기를 그대로 쓸 수 있어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 


삼성의 IoT 허브 첫번째 단말기인 ‘스마트싱스 허브’도 M&A를 통해 빛을 본 제품이다. 지난해 스마트싱스를 인수해 관련 IoT 관련 솔루션과 플랫폼을 확보했다. 각종 통신 프로토콜을 지원해 이미 사용 중인 IoT 기기들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두 기술 모두 삼성전자 내부에서 직접 개발할 경우 특허 문제에 발목잡히거나 대규모 개발조직이 필요했다. M&A는 단번에 문제를 해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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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간 삼성전자 M&A 현황/업계 종합.



해외파 임원들, 문화까지 바꾸다


삼성전자는 좋은 기술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그 회사 핵심 인재를 영입하거나 사내에 직접 팀을 꾸려 내재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M&A 실패 경험이 이런 문화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팀을 꾸릴 당시 M&A로 인재 확보를 하기보다 개개인을 영입하는 전략을 써 한국 팹리스 업체들이 ‘인력 빼가기’에 항의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내재화를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식 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보안솔루션 ‘녹스’ 핵심 개발자가 빠져나간 것도 업무 강도가 높고 상명하복식의 문화를 견디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이런 식의 문화만 고수해오던 삼성전자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해외파 임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첫 케이스는 TI 출신인 우남성 전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다. 지난 2004년 모바일솔루션개발팀장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을 궤도에 올렸다. 해외파, 비삼성맨 출신 임원이 사업부장을 맡아도 조직을 무리없이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AP와 모뎀(베이스밴드) 통합칩 개발을 성공시킨 강인엽 시스템LSI SoC 개발실장도 미국 퀄컴 출신으로 지난 2010년 삼성에 합류했다. 강 부사장은 매주 토요일 사장단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일종의 특혜를 받는다. ‘튀는 인물’이 없는 삼성 조직 특성상 예외 사례를 허용하는 파격이 일어났다.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M&A를 지휘한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인텔, 애질런트테크놀로지 등 외국계 기업을 두루 거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활동했다.  


현재 삼성전자 아메리카(SEA)는 자회사 뉴로로지카, 콰이어트사이드,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삼성이 신사업의 핵심 기술을 해외 M&A로 취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해체한 것도 직접 SW 기술 개발에 들이는 비용과 노력보다 M&A가 효율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여전히 과중한 업무 부담 등으로 삼성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국인 직원이 많다”면서도 “경직된 문화를 바꾸고 협력으로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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