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후계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범(汎)  삼성가 그룹의 전자사업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 제조업을 모태로 성장한 보광은 전자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을 밟는 반면 한솔그룹은 전자재료, 부품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전자⋅디스플레이 사업서 더 끈끈해진 삼성과 한솔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 최고사양 모델인 ‘SUHD TV’의 양자점(퀀텀닷) 소재를 한솔케미칼에서 공급 받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비(非)카드뮴 퀀텀닷 제조기술을 한솔케미칼에 이전하고 로열티를 받고 있다. 퀀텀닷 기술이 전혀 없던 한솔케미칼에 일종의 ‘물량 밀어주기’를 단행했다.

 

비카드뮴 퀀텀닷은 영국 나노코와 미국 나노시스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한솔케미칼과 협력해 가격은 더욱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원재료 공급사를 나노코로 선택한 LG디스플레이는 퀀텀닷 패널 양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전자 SUHD TV /삼성전자 제공


대형 LCD 디스플레이 모듈 사업 역시 한솔테크닉스가 삼성디스플레이 물량을 빨아들이고 있다. TFT-LCD 셀만 공급하는 ‘오픈셀’ 방식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이 좋지 않은 모듈 부분을 정리한다는 차원이지만 TV가 더욱 스마트화 되고 해상도가 높아지면 모듈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충분한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한솔테크닉스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공장이 있는 베트남 타이응웬 옌빈에 지난 2013년 일찌감치 진출, 휴대폰 조립(EMS)도 담당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의 무선충전 모듈도 아모텍⋅삼성전기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물량을 공급한다.

 

특히 한솔테크닉스는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은 모듈이나 조립 비중이 높아 고부가가치 사업을 남기고 나머지는 외주화하려는 삼성전자의 조직개편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 

 

제지사업을 하면서 기반을 닦아놓은 소재 기술도 삼성과 시너지를 내기 좋다. 

 

 

보광, 하이테크 사업 접나

 

한솔그룹이 삼성과의 끈끈한 연을 유지하면서 수혜를 톡톡히 누리는 반면 보광그룹은 하이테크 사업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CRT부품업으로 시작한 보광그룹은 전자제조업을 주력으로 내세워 그룹 규모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코아로직은 연구개발(R&D) 인력이 SK하이닉스, 픽셀플러스, 켐트로닉스 등으로 대부분 빠져나갔고, BKE&T는 천안과 중국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은 구조조정했다. 

 

보광그룹은 삼성과 별도로 전자 사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BKLCD는 LCD 모듈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TSP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TSP를 신사업으로 드라이브하기 힘들어졌다. 

 

휘닉스소재는 포스코와 합작사인 포스코EMS을 설립, 자동차용 배터리 양극활물질 후보로 거론되던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소재 생산 공정을 구축했다.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많이 사용하는 리튬코발트산화물(LCO) 대체 소재로 각광 받았지만 코발트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수요가 적었다.

 

코아로직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MAP)칩을 공급해 매출액이 2000억원 가까이 보광에 인수되고 난 뒤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면서 삼성과 거래가 거의 끊겼다. 

 

STS반도체통신은 플립칩-칩스케일 패키지(FC-CSP)를 도입하고 매출액을 5500억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차세대 패키지 기술인 시리콘관통전극(TSV) 등은 전공정 반도체 업체가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아 삼성에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삼성과 보광 일가는 지난 2013년부터 결별 조짐을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코닝을 인수하던 당시 코닝은 한국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개인 주식까지 사들였다. 홍 회장은 2011년 2464억원, 2012년 1300억원 등 거액의 배당금을 받고 있던 터라 지분 매각은 의외였다.   

 

보광그룹의 전자 계열사는 4남인 홍석규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업체인 STS반도체통신, LCD 패널모듈업체 BKE&T(구 BKLCD), 휘닉스소재(구 휘닉스피디이), 반도체 팹리스 업체 코아로직 4개사를 보유했다. 

 

지난 6월 코아로직과 BKE&T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지분을 보유한 STS반도체까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STS반도체가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하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SFA가 지분을 30% 인수하면서 경영까지 직접 관여하게 됐다. SFA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로 지분 10.14%를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광그룹은 전자 계열사 주요 경영진을 삼성전자 출신으로 채우는 등 삼성과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삼성의 전략과는 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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