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한국에서 세계 처음 지상파 모바일TV(T-DMB) 방송이 전파를 탔다. 기존 지상파TV처럼 정부가 할당한 주파수를 이용해 모바일에서도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당시 DMB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휴대폰에 VGA급(640x480) 해상도의 컬러 액정이 도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끊김 없는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휴대폰 속 영상을 보는 사람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도 지상파DMB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서다.
삼성전자도 지상파DMB를 지원하는 휴대폰을 내놓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관련 부품을 납품하려는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상파DMB 송수신칩, 끝에 남은 자가 살아남는다

▲ 삼성전자 애니콜 슬라이드폰 / 삼성전자 제공
국내에만 지상파DMB 칩을 개발하는 팹리스가 여러군데 나타났다. 인티그런트,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지씨티 세미컨덕터, 에프씨아이 등이 지상파DMB 송수신을 담당하는 무선주파수(RF) 칩을, 엠텍비젼, 텔레칩스, 씨앤에스테크놀로지, 넥실리온 등 지상파DMB용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프로세서(MMP)를 출시했다. 한국 팹리스 업계에 매출액 1000억원을 넘는 업체도 나왔다.
3~4개 업체가 삼성전자와 LG전자 협력업체로 각각 등록돼 기술과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후 RF튜너와 송수신 모뎀(베이스밴드), 동영상 구동용 프로세서가 모두 합쳐진 통합칩이 나왔고, 피처폰 성능이 개선을 위해 멀티미디어 시그널 프로세서(MCP)를 쓰면서 RF모듈단만 통합한 칩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이 이어졌다.
삼성⋅LG 휴대폰이 글로벌 모델을 하나 둘 내놓으면서 일본 모바일TV 표준 ‘ISDB-T(1seg)’ 방식, 미국 모바일TV인 ‘ATSC-M/H’를 지원하는 칩도 속속 개발했다.
하지만 3세대(3G) 이동통신망 구축과 더불어 전 세계에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지상파 모바일TV는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가 아예 지상파DMB를 지원하지 않아 시장을 넓히기가 힘들었다. 동영상 구동과 관련한 대부분의 기능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통합돼 지상파DMB칩에 별다른 추가 기능을 넣어 기술적으로 차별화하기도 힘들어졌다.
지상파DMB를 운영하는 지상파 업체는 예상보다 방송 광고 시장이 커지지 않아 지상파DMB가 오히려 부담이 됐다. 지상파DMB 대체 상품을 내놓는 이동통신업체로서는 굳이 자사가 유통하는 단말기에 지상파DMB 기능을 넣을 필요가 없어졌다. 휴대폰 업체는 필요 없는 기능은 줄여 원가를 줄이는 게 낫다.
전방 산업에서 지상파DMB 수요가 줄면서 칩 업계는 출혈 경쟁으로 치달았다. 칩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진 다음부터는 거의 수익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모바일TV 서비스 국가는 한국, 일본, 브라질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시장이 성장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지상파DMB 칩 개발에 손 떼는 업체들이 하나 둘 생겼다. 현재는 에프씨아이가 90% 가량의 칩을 납품한다. 명목상 경쟁은 있지만 사실상 솔벤더다.
에프씨아이는 메모리 컨트롤러 대기업인 대만 실리콘모션이 지난 2007년 인수합병(M&A)해 대주주로 있다. 든든한 대주주 덕에 양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