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에서 소재·부품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부상한 곳이 바로 글로벌제조센터다. 글로벌제조센터장 김종호 사장은 지난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내에서 소재·부품 생산 비중이 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 내 제조의 역할을 키운 게 바로 제조 부서와 앙숙인 구매 부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갤럭시S4에 USB3.0 커넥터를 처음 적용했다. 마이크로USB3.0 커넥터 제조가 매우 까다로운 탓에 글로벌 업체 타이코가 독점 납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갑자기 문제가 터졌다. USB3.0 커넥터에서 불량이 발생한 것이다. 커넥터 하나 때문에 갤럭시S4 출시 일정이 미뤄질 지경에 이르렀다. 구매 부서에서는 부랴부랴 타이코를 대체할 업체를 모색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 삼성전자 김종호 사장 / 삼성전자 제공 

 

김종호 사장이 후이저우 공장에서 자작으로 USB3.0 불량 문제를 해결해버렸다. 김종호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눈도장을 찍은 계기가 됐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김종호 사장을 상당히 신뢰하게 됐고, 제조센터의 의견에 따라 소재·부품 생산 비중을 늘리도록 했다.

 

이 사건 이후 제조와 구매 부서의 갈등은 심화되기 시작했다. 베트남 공장에서 주요 소재·부품을 내재화하면서 구매부서의 불만이 커졌다. 특히 베트남 공장에서 자체 생산한 갤럭시S5용 카메라모듈에 불량이 생기면서 구매부서 불만이 폭발했다.


삼성전자는 버라이즌향 갤럭시S5 카메라 불량 사건이 터지면서 교환 조치를 시행하는 굴욕을 겪었다. 삼성전자의 품질경영이 크게 훼손된 셈이다. 버라이즌 등 미 이동통신사들의 신뢰도 잃게 될 처지였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이내 베트남 공장 카메라모듈 자체 생산라인을 대상으로 10여일간 감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갑작스레 악화되면서 감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표면적 이유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지만, 이면에는 소재부품 자체 생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감사가 흐지부지 마무리되면서 구매부서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자체 소재부품 생산 비중이 커질수록 구매부서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력사보다 품질 수준이 낮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도 구매 담당자들은 자작 라인에서 생산한 소재부품을 우선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무선사업부 내 구매와 제조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두 부서의 수장인 김재권 사장과 김종호 사장의 ‘파워 게임’에도 시선이 쏠렸다. 김재권 사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김종호 사장도 이재용 부회장의 신뢰를 얻으면서 만만치 않은 중량감을 갖게 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김재권 사장이 물러나면서 결국 김종호 사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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