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LG디스플레이의 E5 공장 투자는 디스플레이 업계에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애플이 언제쯤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아이폰에 적용할 지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AM OLED와 LCD 양강구도에서 AM OLED로 급선회하는 단초기 때문이다.

 

▲ LG OLED TV / LG전자 제공

 

디스플레이 분야서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해오는 중국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한국에 디스플레이 산업 왕좌를 넘겨준 일본 역시 AM OLED를 통해 복권 의지를 다지고 있다.


KIPOST는 LCD에 이어 AM OLED 시장에서도 한국과 경쟁할 일본, 중국,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투자 현황을 집계해봤다. 각 회사 사업보고서와 언론 보도를 참고로 했다 


우선 아래는 일본 업체들의 AM OLED 투자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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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업체들의 AM OLED 투자 현황.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양산, 나머지는 R&D 혹은 파일럿 라인이다. /KIPOST



일본 업체들 중 AM OLED를 유의미하게 생산하고 있는 회사는 JDI 정도가 유일하다. 이 회사는 이시카와현에 4세대급(730mm x 920mm) 라인 1개를 가지고 있는데, 설비 캐파는 월 1만2000장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E5 투자에 앞서 “4세대급 라인에서 원판 1장 당 5인치 스마트폰용 AM OLED를 50여장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대입하면 JDI 이시카와현 공장에서는 월 60만대분의 스마트폰용 AM OLED를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수율과 생산계획을 고려하지 않은 설비 최대치다. 실제로는 월 40만대분 정도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JDI는 최근 애플로부터 17억달러(약 2조원)의 자금지원을 받아 이시카와 공장 내 6세대 라인 증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규모로 볼 때 LG디스플레이가 구축키로 한 월 7500장 규모보다 양산능력에서 앞설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의 6세대 투자 금액은 1조500억원이다.


아이폰용 LCD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JDI는 AM OLED 분야서도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가 될 전망이다. 

 


The 11-inch XEL-1 OLED television

▲2008년 1월 일본 소니가 출시한 11인치 OLED TV ‘XEL-1’. 소니는 세계 최초로 OLED를 출시할 만큼 OLED 분야에 선두 주자였지만, 현재 생산능력은 크지 않다. / 소니 홈페이지



소니는 히가시우라 1공장과 SNY 공장에 각각 1세대 3.25세대 라인을 설치했지만 활용도는 낮다. 현재 이 회사가 생산하는 OLED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 게임용 기기와 디지털카메라용 뷰파인더에 일부 사용되고 있을 뿐,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로 쓰이지는 않고 있다. 더욱이 소니는 최근 디지털카메라용 이미지센서에 조단위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당장 AM OLED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모바일 AM OLED 분야서 소니와 경쟁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오르투스는 고치 1공장, 사이타마 1공장에 각각 AM OLED 1개 라인씩을 갖고 있으나 TFT가 비정질실리콘(a-Si) 타입이라 역시 활용도가 낮다. a-Si로 만든 AM OLED는 전자 이동속도가 낮아 고화질 구현이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중국 내 업체들의 AM OLED 설비 현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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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의 AM OLED 투자 현황.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양산, 나머지는 R&D 혹은 파일럿 라인이다. / KIPOST



중국 OLED 업체들은 설비 현황만 놓고 보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EDO가 상하이 1공장에 4세대 라인 2기를 투자했으며, 비저녹스도 쿤산 3공장에 5.5세대 라인 1기를 양산라인으로 꾸렸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양산 수준은 아직 국내나 일본 업체들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CD부터 중소형 LTPS를 대량 생산해본 한국, 일본과 달리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아직 LTPS 양산 수율이 극히 낮다. LTPS는 대면적으로 갈수록 균일도가 떨어지면서 면취율이 낮아진다. 업계는 EDO가 올 4분기에도 월 1만장 정도 밖에 투입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실제 설계 능력의 3분의 2 수준이다.


한때 LCD 분야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대만 업체들의 AM OLED에 대한 대응은 더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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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업체들의 AM OLED 투자 현황.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양산, 나머지는 R&D 혹은 파일럿 라인이다. / KIPOST



AUO만 L4B 공장에 4세대(730 x 460)급 양산 라인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CPT나 이노룩스 등도 소형 라인을 꾸리고 있지만 대부분 파일럿용이다.


현재 투자된 설비와 중단기 투자 계획을 감안해봤을 때 당장 차이완(중국+대만) 업체들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적수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LCD와 달리 기술 안정성이 낮은 AM OLED는 자본 투자만으로 고객사를 잡기 어렵다.


다만 일본 JDI의 행보는 충분한 위협이 된다. 양산 능력에서도 그렇고 애플과 공동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기에 라인 안정화를 이룰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의 협력사 관리 관행을 비춰보면 의도적으로라도 일본 업체들을 LG디스플레이의 대안으로 키울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업체들은 당장 투자를 한다고 해도 고객사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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