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가 앞으로 두 개의 눈을 갖게 된다.

 

삼성전자·애플 등 선두 업체뿐 아니라 LG전자·ZTE 등 후발 업체도 듀얼 카메라를 차세대 기술로 낙점했다. 카메라모듈 산업뿐 아니라 CMOS이미지센서(CIS)·모바일 D램 등 반도체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TC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듀얼 카메라는 차세대 스마트폰의 핵심 하드웨어

 

당초 듀얼 카메라의 대중화를 처음 시도한 업체는 대만 HTC다. HTC는 지난해 원M8에 ‘듀오 카메라’를 장착했다. 

 

400만 울트라픽셀 후면조사형(BSI) 센서와 심도(Depth) 센서를 장착했다. M8 듀오 카메라는 촬영한 사진의 특정 부분을 누르면 다른 부분이 흐리게 처리돼 얕은 심도를 구현하는 유포커스(UFocus), 촬영한 사진을 3D 형태로 감상할 수 있는 디멘션 플러스(Dimension Plus), 스케치, 줌, 흐림, 만화, 색 입히기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포그라운더 기능 등을 갖췄다. 

 

그러나 해상도가 충분하지 못했고, 듀얼 카메라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미완의 실험으로 끝났다.

 

향후 적용될 듀얼 카메라는 M8 듀오 카메라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듀얼 카메라를 프리미엄 모델에 가장 먼저 채택할 업체로는 LG전자가 손꼽힌다. LG전자는 하반기 전략 모델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하기 위해 LG이노텍과 공동 개발 중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후방 산업 생산능력과 양산성을 검증한 후 내년부터 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4월 이스라엘 업체 링스 컴퓨테이셔널 이미징을 2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특수 센서 및 이미지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는 애플이 듀얼 카메라 기술 확보를 위해 링스 컴퓨테이셔널 이미징을 인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듀얼 카메라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다중 조리개 이미징 조합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기술로 듀얼 카메라에 주목했다. 최근 출시된 ‘엑시노스7420’에는 듀얼 이미지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처음 탑재됐다. 향후 듀얼 카메라 기능을 장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

 

 

▲ 아이폰. / 애플 제공

 

 

듀얼 카메라를 쓰면 뭐가 좋아질까

 

듀얼 카메라를 적용하면 스마트폰 카메라 돌출 부위를 줄여 얇고 매끈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카메라 화소 수가 높아지면 모듈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렌즈 낱장 수가 늘어나고,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나 손떨림방지(OIS)를 위한 별도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500~800만 화소 카메라모듈에는 3~4장, 1200만~1300만 화소 제품에는 4~5장, 1600만 화소 이상급에는 6장의 낱장 렌즈가 쓰인다. OIS는 AF 액추에이터와 독립적으로 구동되고, OIS 부품은 AF 액추에이터보다 2배 가량 많고, 공정도 2~3배 길다. 스마트폰으로 광학줌까지 구현하려면 두께는 더욱 두꺼워진다.

 

듀얼 카메라는 저화소 카메라 2개로 고화소를 구현한다. 도시바 듀얼 카메라모듈은 500만 화소 2개로 이미지 1300만 화소를 구현했다. 링스는 400만 화소 두 개로 800만 화소를 구현했다.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가 필요 없고, 광학줌까지 대체할 수 있다. 제품 슬림화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눈처럼 두 개 카메라가 색감 오류를 보정해 색상 정확도를 높이고, 더욱 선명한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이 피사체와 주변 색상·명암·심도 등 이미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과 달리 듀얼 카메라는 두 개 카메라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는 멀티 센서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한 카메라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카메라는 주변 배경을 촬영해 데이터를 합치는 방식이다.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수준으로 해상도와 심도를 구현할 수 있다.

 

저조도 환경에서도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3D 이미지도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가 본격 적용되면 3D 영상 구현뿐 아니라 증강현실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듀얼 카메라로 영상 화질이 개선되면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 수준도 높일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사진 화질은 렌즈를 통해 이미지센서에 모이는 빛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론적으로 듀얼 카메라는 렌즈와 이미지센서 수가 두 배인 만큼 화질도 두 배가량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듀얼 카메라 후방 산업, 수혜 기대감 솔솔

 

듀얼 카메라 시장이 확산되면 가장 수혜를 보는 곳이 카메라모듈 산업이다. 

 

스마트폰당 적용 모듈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렌즈와 CMOS이미지센서(CIS) 수요도 비례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엠씨넥스가 개발한 500만 화소 홍채인식 듀얼카메라모듈

 

 

모바일 D램 시장에도 긍정적이다. 통상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을 채택한 스마트폰에는 3GB 모바일 D램이 쓰이고, 8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을 채택한 스마트폰에는 1~2GB 제품이 적용된다. 듀얼 카메라가 적용되면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에는 4GB 모바일 D램, 800만 화소 제품에는 2~3GB급 제품이 필요하다.

 

다만 AF 액추에이터 산업에는 부정적이다. 링스는 2000만 화소까지 별도 AF 액추에이터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듀얼 카메라 공급가격은 기존 동급 제품 대비 50% 가량 높을 것”이라며 “카메라모듈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부품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모바일용 카메라모듈 시장 규모는 올해 17조원에서 2018년에 23조원으로 늘어나고, 연평균 11%씩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가 채택될 비중은 내년 9%에서 2018년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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