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벌인 구글 알파고(AI, 인공지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슈퍼 사이클, 의료 장비...’

 

▲인공지능(AI). /TechZulu 제공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손꼽히는 분야다. 

 

3D 검사장비 업체 고영테크놀러지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회사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테마에 휩쓸리는 그저그런 회사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영테크놀러지는 실체가 없이 향후 기대감만으로 주목받는 회사가 결코 아니다. 자체 기술로 세계 3D 검사장비 시장 1위에 오른 강소기업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 등 주요 거래처만 해도 1000개 기업이 넘는다. 

 

창업한지 갓 10년을 넘긴 장비 업체가 AI∙OLED∙의료장비 등 차세대 성장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전문가는 기술의 궁극을 지향하다 보면 어떤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고영테크놀러지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3D 검사장비를 잘 만들기 위해 원천 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응용처를 찾다보니 차세대 성장 산업 핵심 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늦깎이로 창업한 국내 1세대 로봇 엔지니어 고광일 사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고영테크놀러지가 그릴 청사진이 뭔지 KIPOST가 면밀하게 분석했다. 

 

 

OLED 투자 확대 3D AOI 검사장비 수혜

 

올해 OLED 투자 슈퍼 사이클이 시작됐다. 중소형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OLED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소형 OLED 시장 확대가 단연 돋보인다. 그동안 중소형 OLED는 삼성전자의 전유물이었다. 세계에서 스마트폰용 OLED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 뿐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독점적으로 중소형 OLED를 공급했다. ‘삼성전자=OLED’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무선사업부 외 새로운 거래처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지난해 말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OLED를 채택하기로 한 것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이제 ‘OLED=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등식으로 바뀌게 됐다. 화웨이,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은 잇따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OLED를 조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고, LG디스플레이∙BOE 등 업체들이 OLED 신규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대면적 화이트(W) OLED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W OLED는 LG디스플레이만 생산했다. 그러나 지난해 LG전자가 OLED TV로 프리미엄 시장을 잠식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대면적 W OLED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BOE∙CSOT 등 중국 업체들도 W OLED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OLED 투자 붐이 일면서 3D 검사장비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유기물을 증착하고 봉지한 후 셀(cell)을 검사하는 전공정 장비에만 신경쓰고 있다. 

 

하지만 전공정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 중소형뿐 아니라 대형 OLED도 셀에 칩 등 부품을 실장한 후 정확하게 검사해야 불량률을 줄일 수 있다. 폴더블 OLED와 대면적 W OLED는 LCD보다 두께가 얇고 표면이 평탄하지 않아 후공정 불량률이 높은 편이다. 부품이 제대로 붙었는지 인해야 할 뿐 아니라 솔더볼의 부피와 체적까지 정확하게 봐야 한다. 결국 3D 비전 기술로 풀 수밖에 없다. 

 

현재 3D 검사장비 중 고영테크놀러지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없다. 향후 2~3년간 OLED 후공정 검사장비 시장에서 고영테크놀러지가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영테크놀러지 사업별 매출 현황(지난해 기준) / 고영테크놀러지 제공

 

 

단순 검사에서 자동화 공정 핵심으로...로봇화와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다

 

과거 검사장비 업체들은 생산 라인에서 작업자 대신 불량을 검출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생산라인이 점차 자동화되면서 검사 장비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지금은 단순 불량 검출뿐 아니라 불량의 원인을 파악하는 역할로 확대됐다. 삼성전자가 무인자동화를 목표로 구축한 베트남 제2 공장에 고영테크놀러지  3D 검사장비가 기본 채택된 이유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제조업체들의 요구에 부응해 제조 공정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솔루션을 연구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제조업체와 협력해 공정 효율화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는 검사장비를 꾸준히 개발 중이다. 

 

현재는 인쇄회로기판(PCB) 내 인쇄 검사, 부품 실장 후 검사 등을 담당하는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앞으로는 메탈 케이스 외관 검사 장비뿐 아니라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인텔에는 중앙처리장치(CPU) 후공정 검사 장비를 기본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와 협력해 공정 전반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상당량의 데이터가 축적된다. 데이터가 점차 축적될수록 제조업 관련 거대한 빅데이터가 만들어 질 수밖에 없다. 

 

고영테크놀러지는 향후 제조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자체 SW 인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안랩 연구소장 출신 핵심 인력을 영입하기도 했다. 

 

외부 SW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것과 동시에 내부 인력도 키우고 있다. SW 인력 양성을 위해 고영테크놀러지가 연간 집행하는 예산만 해도 수억, 수십억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단순 검사장비 기업이 아닌 자동화 공정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복안이다. 

 

▲고영테크놀러지 3D 검사장비 

 

 

3D 비전 검사 원천 기술로 뇌수술 등 의료 기기 시장 진출

 

고영테크놀러지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 산하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BWH)과 협력해 뇌수술 로봇을 공동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 유명 대학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투 트랙으로 뇌수술 로봇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고영테크놀러지가 보유한 산업용 3D 검사기술을 개선하고, 하버드 메디컬 스쿨 등 해외 유명 대학이 보유한 의료 노하우를 접목해 영상 유도 수술에 활용하는 것이다. 

 

고영테크놀러지가 보유한 3D 광학 비전 원천 기술을 알고, 의료 산업 관련 업체들이 접촉해 오면서 성사된 프로젝트다. 고영테크놀러지는 미국 하버드 대학 인근에 사무소를 설립해 연구개발 뿐 아니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광일 사장 장녀가 뇌수술 로봇 관련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고 씨는 서울대학교에서 뇌공학 박사를 전공한 재원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문의는 뇌종양 환자의 환부 사진을 미리 본 후 수술실에서 감각적으로 하는 게 능력이었다. 환부를 많이 도려내면 부작용이 크고, 적게 도려내면 암세포가 남아 다른 장기에 전이될 수 있다. 

 

하버드 메디컬 스쿨과 고영테크놀러지가 공동 개발한 뇌수술 로봇을 사용하면 환부와 메스를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의사가 직접 보지 못하는 뇌 속 환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뇌 수술용 내비게이션인 셈이다. 뇌 신경과 혈관 등 치명적인 부위를 피해 정확하게 종양 등 환부를 도려낼 수 있다. 

 

문제는 상업화 시점이다. 의료 로봇은 상업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임상 등 다양한 시험인증을 거쳐야 하고, 각국 정부 기관으로부터 허가도 방아야 한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의료 로봇을 상업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센서와 소프트웨어(SW) 등 부분품 먼저 판매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기존 의료 장비 업체에 센서와 SW만 납품해도 신규 매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현재 고영테크놀러지가 개발한 센서와 SW를 납품할 수 있는 세계 시장만 따져봐도 각각 1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서 2~3% 점유율만 차지해도 400억~600억원에 이르는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 3~4년 동안 미국 FDA 승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연내 의료 장비용 센서와 SW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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